디지털피아노 시장은 '보급형' 전쟁 중

입력 2017-12-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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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점유율 1위 '철옹성' 야마하
올해 판매대수 영창과 비슷

영창, 60만원 보급형 출시
2년새 판매량 47% 늘어

야마하, 비슷한 가격 '맞불'
노년·입문층 겨냥 제품도



[ 이우상 기자 ]
합리적인 가격과 작은 크기를 장점으로 내세운 디지털 피아노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 시장을 놓고 국내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지털피아노시장은 이미 4~5년 전에 일반 피아노시장 규모를 추월해 국내 악기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본래 이 시장 부동의 1위는 점유율 40%를 유지하던 일본 야마하뮤직이었다. 철옹성 같던 야마하뮤직에 영창뮤직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업체 영창뮤직이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의 보급형 제품을 내놓으며 야마하의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다. 올해 영창뮤직의 디지털피아노 판매량(2만8000대)은 야마하와 비슷하다. 여기에 삼익악기도 가세했다.

디지털피아노 시장 연 10% 성장

디지털피아노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일반 피아노는 400만원이 넘지만 디지털피아노는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제품 위 울림통이 없어 일반 피아노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1인 가구와 실버 세대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볼륨 조절도 가능해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피아노 시장은 판매대수 기준으로 매년 10% 이상 커지고 있다. ‘시장이 고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일반 피아노 시장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야마하뮤직의 한국 법인 올해 매출은 250억원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의 디지털피아노 매출은 영창뮤직이 155억원, 삼익악기가 40억원이다.

제조업체들은 일찌감치 디지털피아노로 방향을 틀었다. 영창뮤직은 2010년부터 디지털 건반악기 브랜드 커즈와일 매출이 일반 피아노를 앞질렀다. 영창뮤직의 올해 일반 피아노 매출은 45억원으로 디지털 건반악기의 3분의 1 수준이다. 삼익악기는 지난 9월 독일 디지털피아노 브랜드 게바를 들여왔다. 가격은 160만원부터다. 게바로 프리미엄 디지털피아노 시장을 공략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디지털피아노로 보급형 시장을 잡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보급형 제품으로 승부

영창뮤직의 디지털피아노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5년 1만9000대였던 판매량이 올해 2만8000여 대로 47% 늘었다. 매출은 2015년 135억원에서 올해 155억원이 됐다. 다소 비싸게 팔던 커즈와일의 보급형 제품을 내놓으면서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가격을 60만원대까지 내리자 매달 1000대 이상 팔렸다.

야마하 역시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60만원대 제품인 P시리즈의 판매량을 월 1000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노년층과 입문층을 겨냥한 스마트 디지털피아노도 지난달 새롭게 선보였다. 곡 흐름에 맞춰 건반에 불이 들어오는 기능을 적용해 악보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도 쉽게 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악기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낮춘 보급형 디지털 제품을 앞세워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침체에 빠져 있던 국내 악기업계도 디지털피아노 시장 성장으로 활기를 띨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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