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비트코인 규제…"생각보다 약했다" 중론

입력 2017-12-13 16:19   수정 2017-12-13 16:25


정부가 내놓은 가상통화 규제 대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거래 금지라는 극단적 규제를 우려했지만 금융기관과 미성년·외국인의 거래에만 제한을 두면서 사실상 투기과열에는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통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의 투기과열과 이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막기 위한 긴급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지분투자 금지 △가상통화 거래 시 이용자본인 확인 의무 강화 △미성년자·외국인 계좌개설 및 거래 금지 △고객 자산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거래소 자금세탁방지의무 등이다.

이와 함께 가상통화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시세 차익을 노린 '환치기' 행위에도 강도 높은 실태조사와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강도 규제를 예상했던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발표된 규제대책이 기존의 우려보다 훨씬 약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법무부가 가상통화 국내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시장은 극단적 규제를 예상했다.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가상통화 거래를 엄중히 단속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우려를 한참 밑도는 규제에 투자자들은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를 허용했다"며 반색했다.

한 투자자는 "이번 규제 발표는 규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동안 시장을 짓누르던 악재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소비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법은 필요했다"며 "당초 보도됐던 가상통화 거래를 유사수신행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리적 관점, 시장 관점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가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통화의 투기과열은 식히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기관과 청소년, 외국인에만 투자 제한을 두었고,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 예방·처벌에만 규제를 집중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장 관계자는 "거래 금지라는 초강수가 나올까 싶어 규제 발표를 기다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 내용이 없었다"며 "투기과열을 막기 위한 어떠한 장치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노력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긴급회의가 소집됐다는 소식에 가파른 하락세를 그렸던 비트코인 가격은 대책 발표 후 반등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9시40분 개당 1900만1000원에서 10시40분 1790만1000원으로 한 시간 만에 1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오후 3시55분 현재 1870만원선을 회복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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