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상화폐, 투기 광풍 차단하되 '혁신 싹'은 키워가야

입력 2017-12-13 17:54  

정부가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 투자수익 과세도 추진할 방침이다. 10대 청소년들까지 거래에 뛰어드는 등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일자, 정부가 규제 칼을 꺼내든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다”고 했을 만큼, 시장 과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큰 상황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투자 상품 성격이 강하다. 내재된 실물가치가 없고 누구도 교환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새로운 상품이다. 이론적으로는 후속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가격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투자자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 풍조와 맞물려 투기 광풍이 생겨났다. 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20% 이상이 한국에서 이뤄지는 것은 분명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소한의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가상화폐가 앞으로 국가가 발행하는 법화(法貨)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마약 거래 등 범죄자금 세탁이나 자금유출에 이용되는 만큼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화폐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등장했다는 데 있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거래 내용을 디지털 분산원장(블록)에 저장하고 이를 전체 참여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안전성과 거래 효율성이 높아 금융(본인인증)·물류(이력관리)·의료(보험금 청구)·행정(투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 것도 미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상화폐가 지닌 혁신의 싹까지 잘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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