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기술과 규제의 조화로 바이오 혁신을

입력 2017-12-13 18:17  

"윤리문제 수반되는 의료 기술개발
혁신 해치지 않는 적정 규제 필요
정부·연구자·기업 협력 강화할 것"

이진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이 화두다. 규제혁신은 바이오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초연결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로 촉발되지만, 그 주 무대는 유전자 가위, 3D프린팅 인공장기, 정밀의료 등 신기술과 신산업이 쏟아져 나오는 바이오·의료가 대표적이다.

최근의 변화와 기회는 바이오 규제의 변화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고령화, 삶의 질 추구 등 사회적 수요 확대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어져 바이오경제 시대의 도래를 촉발하고 있다. 국내 혁신역량 또한 꾸준히 개선돼 혁신의 씨앗인 바이오벤처는 작년 역대 최대치인 440여 개가 탄생했으며, 줄기세포나 유전자 가위 기술 등은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오는 연구개발(R&D) 승자가 시장을 선점하는 과학·기술집약적 산업임과 동시에 윤리·규제가 함께 수반되는 산업임을 고려할 때, 세상에 없던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규제혁신은 필수적이다.

바이오·의료 분야의 규제혁신은 향후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첫째,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기존 규제의 보수적인 틀을 벗어나 혁신의 관점에서 적정 수준의 새로운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규제도 문제지만 신기술 활용과 신산업의 창출을 유도하는 적절한 기준이 없는 것도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월부터 바이오 규제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혁신적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저해하는 규제 이슈를 발굴하고 사회적 논의를 하는 등 상시적 규제개선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 규제 맵을 구성해 규제개선 수요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관계부처와 함께 합리적 규제 정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둘째, 기존의 사후적 규제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함께하는 선제적 규제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는 세계적으로 시장 지배자가 존재하지 않는 태동기 시장으로 선제적 인허가를 통해 신시장 선점을 촉진할 수 있는 대표 분야다. 정부는 개인 맞춤형 진단·치료를 위한 정밀의료나 신개념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R&D 초기부터 규제기관이 참여해 맞춤형 규제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참여하는 ‘인공지능+바이오+로봇 의료융합사업’은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맞춤형으로 제시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조기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셋째, 바이오 연구·혁신의 핵심 주체인 병원에서의 기술개발과 활용을 촉진하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국내 병원은 최고의 인재가 모여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다만 연구 성과가 환자에 적용되고 혁신기업에 이전되는 것은 현재 규제 틀에선 어려움이 많다. 정부는 지난 9월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생태계에서의 병원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병원을 중심으로 혁신적 벤처기업이 모여 역동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기업과 의료진의 협업을 통해 현장에서의 활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병원협의체를 운영하고 병원장과의 현장 간담회를 개최해 혁신적 기술의 기업 이전과 현장 활용을 저해하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바이오 규제혁신은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 단시일 내에 이뤄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연구자와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토양을 마련하고, 연구자는 규제의 적정수준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공정한 경쟁과 윤리경영을 통해 바이오산업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며, 국민들은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신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미래의 기회에 대응하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이진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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