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 열어놓고 해외 나간 여야 지도부

입력 2017-12-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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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환 기자 ]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3일 설전을 벌였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과 ‘군 사망사고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 처리를 놓고서다. “국회법 규정에 따라 공청회부터 열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 주장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끈했다. 그는 “하루가 시급한 법안인데 공청회 절차를 핑계대면서 법안 처리를 뒤로 미루고 해외 출장부터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미국 하와이와 일본의 미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기로 한 한국당 소속 국방위원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국회는 요즘 윗사람이 없는 무두절(無頭節)이다. 입법부 수장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 홍준표 한국당 대표 등이 모두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정 의장은 이날부터 20일까지 6박8일간 페루를 공식 방문한다. 홍 대표도 2박3일간 일본 방문길에 올랐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과 북핵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출국한 추 대표는 7박8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이번 일정에는 여야 의원 6명도 동행했다. 정기국회 회기 중이던 지난달 13일과 30일에는 각각 미국과 중국을 방문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 58명은 지난 1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도 해외 순방길에 오른다. 이번주에만 70여 명의 의원이 해외로 떠난다. 국회 보좌진은 ‘무두절’ 여유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해외 순방길에 오른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정기국회 회기는 지난 9일까지였고, 3당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라 예정에 없던 임시국회가 잡혔다는 주장이다. 상대가 있는데 외교상 결례를 범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의원 네 명 중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서 임시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다. 이유 여하를 떠나 여야 모두 민생·개혁 입법 논의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데 따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기국회 100일 동안 정쟁에만 매몰돼 예산안을 지각 처리하고,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룬 게 문제의 발단이었기 때문이다.

서정환 정치부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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