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올해도 잘 걷힌다고 한다. 올 10월까지 국세 수입은 236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조2000억원 늘었다고 기획재정부가 발표했다. 연말에 가면 작년 규모(242조6000억원)를 거뜬히 넘어설 것이다. 이렇게 되면 4년 연속 증가세다.
사실 저성장 속에서 세수의 기조적인 증가 추세는 미스터리다. 국세청은 전산화 확대, 예외 없는 철저한 과세를 강조한다. 그렇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경제 성장이란 요인을 감안해도 그렇다. 작년 국세 수입은 이명박 정부 때의 세율 인하가 시행되기 직전 연도였던 2008년의 1.45배로 늘었다. 단순 계산해 연평균 증가율이 5.6% 수준이다. 같은 기간에 연간 3%를 넘기도 힘들었던 성장률을 웃돈다. 결국 세율 인하 효과를 부정하기 어렵다. 또 성장 자체가 감세의 산물이기도 하다. 사실 2009년 감세 이후 세수가 줄었던 때는 2009년과 2013년뿐이었다. 감세 여파도 아니었다.
과연 세율 올리면 세수 늘까
감세로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덕을 본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수가 늘었으니 정부도 큰 덕을 본 것이다. 조세 정책의 목표가 세수 확대라면 감세는 성공적이었다는 얘기다. 꿩을 잡으면 되는 게 아닌가 말이다. 물론 감세가 없었다면 세수가 더 늘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회가 이번에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올려 감세 이후로 돌아간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비례적으로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세율을 인상하면 오히려 세수는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특히 법인세가 그렇다. 증세하면 절세를 넘어 피세, 탈세가 벌어지고 심지어 아예 국경을 넘어 떠나는 사례가 허다하다. 세금의 역설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이 법인세율을 내리거나 내릴 준비를 하는 것도 그래서다. 감세가 기업 이익을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고 경제를 성장시켜 결과적으로 세수 확대를 가져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보라서 감세하는 것이 아니다.
쓸 돈이 추산도 안 되면…
작은 정부가 아니라 큰 정부를 하려면 세수 확대는 더욱 절박하다. 정부가 할 일이 많다고 하면 당연히 막대한 재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보전,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확대, 건강보험 확대, 기초생활보장 확대, 공무원 증원 등 6개 사업에만 내년 한 해 9조2000억원이 들고 2022년까지는 8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나마 공무원 증원, 건강보험 확대 등엔 정부안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란 분석이다. 과연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이미 건보공단은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건강보험료를 내년부터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아직도 얼마나 돈이 들어갈지 추산이 안 되니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막연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재정 지출이 점점 불어나 관리재정수지는 계속 적자다. 세율을 올려도 세수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다면 증세는 결국 증오의 산물임을 입증할 뿐 ‘재정절벽’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그 뒤엔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악순환이다. 증세가 내년부터 시행돼도 그 영향은 일러야 2019년부터나 가시화된다. 공과를 평가하려면 또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이번 정부의 임기가 끝난 뒤는 생각할 것 없다는 식이면 안 된다. 최소한 남은 임기 동안의 재정 계획부터 추산해 제시하는 것이 도리다. 재정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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