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SA "프리미엄 가전 유망"
투자의견 '매도'→'비중확대'
4분기 깜짝 실적도 기대
LG그룹주 펀드 올 26% 수익
[ 최만수/나수지 기자 ] LG전자 주가가 10만원대를 회복했다. 2011년 5월25일(장중 10만2000원) 이후 6년7개월 만이다. 4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와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의견 상향조정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상승률 앞질러
LG전자는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600원(3.68%) 오른 10만1500원에 마감했다. 올초 5만1800원(1월2일 시초가)에서 시작해 꾸준히 올라 10만원대를 탈환했다.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올 주가 상승률(96.70%)은 삼성전자(41.67%)를 두 배 이상 앞섰다.
이날 상승의 불씨는 글로벌 투자은행(IB) CLSA가 댕겼다. 지난 8월 이후 LG전자에 대해 ‘매도’ 의견을 유지하던 CLSA는 이날 ‘비중확대’로 바꿨다. 최근 모건스탠리, JP모간 등 대형 외국계 IB가 잇달아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상황에서 나온 보고서라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독립 리서치’를 표방하는 CLSA는 기업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침없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증권사의 샌지브 래나 연구원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프리미엄 가전제품 전망을 과소평가했다”며 목표주가를 7만4000원에서 11만5000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LG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이 밝은 점도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352억원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4266억원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깜짝 실적’은 TV와 가전제품이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TV 시장 침체로 경쟁사들이 연간 판매 목표를 낮추는 와중에도 LG전자의 목표는 유지되고 있다”며 “TV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타일러(의류관리기),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새로운 제품군의 이익 기여도도 높아지고 있다.
LG전자의 경쟁력 강화는 영업이익률에서도 나타난다. 올 3분기 기준 LG전자 가전(H&A)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8.5%였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사업부(4.0%)는 물론 미국 월풀(6.1%)보다 높았다.
◆LG그룹주 펀드도 ‘방긋’
자동차전장(VC) 사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은 LG전자의 전장 사업이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자동차부품업체 ZKW의 인수합병(M&A)에도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테랑 IT 애널리스트들은 LG전자를 ‘모터 회사’라고 부른다. 세계 최고의 모터 기술을 보유한 데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조성진 부회장도 세탁기 등에 쓰이는 ‘DD모터’의 신화를 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차의 핵심인 모터, 컴프레서 기술과 함께 배터리팩, 카메라 센서 등을 계열사를 통해 수직계열화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년간 LG전자의 발목을 잡았던 휴대폰(MC) 사업부의 적자는 지난해 1조2181억원에서 올해 7376억원으로 약 40% 줄어들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LG전자 등 LG계열사 주식에 투자하는 LG그룹주 펀드 수익률에도 날개가 달렸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LG그룹주 펀드는 올 들어 평균 26.91%의 수익을 냈다. 그룹주 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지켰던 삼성그룹주 펀드(연초 이후 수익률 25.67%)를 제쳤다. SK그룹주 펀드(11.69%), 현대자동차그룹주 펀드(-0.43%) 등 다른 그룹주 펀드와 비교해도 수익률이 돋보인다.
LG전자뿐 아니라 LG화학,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게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LG화학 주가는 올 들어 49.4%, LG생활건강은 41.8% 뛰었다.
최만수/나수지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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