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14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영예의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기업인중에 서윤덕 립멘 사장(64)이 있다. 인천 주안동 소재 립멘은 산소흡수제를 생산하는 업체로 작년 매출 99억원, 종업원 52명의 중소기업이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의 ‘이력’과 ‘사명’이다.
원래 이 회사는 1987년 미국에서 창업했다. 창업계기는 이렇다. 1980년대 중반 모 중견기업의 미국 주재원으로 시카고에서 근무하던 서윤덕씨는 어느날 날벼락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국의 본사가 부도난 것이다. ‘장영자 사건’ 여파로 졸지에 회사가 망했고 서윤덕 씨도 갈곳이 없었다. 연세대 사학과를 나와 한국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오갈데가 없게 되자 창업에 나섰다. 사명은 아무것도 없이 ‘입만’ 갖고 창업했다는 의미에서 ‘입만’으로 정했다. 이 상호의 영어식 표현이 ‘립멘’이다.
1990년 귀국한 그는 그뒤 산소흡수제, 에틸렌가스흡수제 등을 속속 국산화했다. 산소흡수제는 포장재 내부의 산소를 흡수해 식품의 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서 사장은 “일본이 산소흡수제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국내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틸렌가스흡수제는 과일의 숙성과정에서 나오는 에틸렌가스를 흡수해 과일의 장기간 운송이나 보관을 돕는다. 30년 이상 기술혁신을 통해 수분흡수제, 산소흡수제, 와인세이버 등을 개발해 선발 주자인 일본과 미국에 역수출하고 있다. 수출국은 태국 칠레 체코 등 8개국에 이른다.
이제는 입만갖고 사업을 하는게 아니라 장기근속자들이 든든한 역할을 해준다. 서 사장은 “10년이상 장기근속자가 40%가 넘는다”며 “20년이 넘은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본사 부도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서 사장을 창업으로 이끌었고 밑바닥의 절박한 상황이 혁신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끝) /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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