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청소 등 직접 일자리 사업
지출 많지만 장기고용률엔 부정적
직업훈련·취업 인프라 개선 힘써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
지역·산업별 유연하게 적용해야
[ 고경봉/오형주 기자 ]
“건설산업의 실업자 증가와 문화산업의 고용 악화는 서로 원인이 다릅니다. 해법도 달라야죠. 획일적 지원책에 머물 게 아니라 산업별 맞춤 일자리 정책을 내놔야 합니다.”
고용환경이 계속 악화되면서 일자리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부처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대신 산업·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상향식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에 맞춰 지역별· 산업별로 일자리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고용 통계를 손보기로 하는 등 정책의 틀을 바꾸기로 했다.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산업과 지역 중심 일자리 정책 추진방향 토론회’에서는 획일적, 재정투입형 일자리 정책의 개선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준비 상황이 소개됐다. 고용노동부·노동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고용 분야 전문가와 지자체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돈 뿌리기’식 일자리 정책 손본다
이날 전문가들은 관행처럼 이어져온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철우 산업기술대 교수는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고용정책을 내놓더라도 전략과 비전, 세부 추진 프로그램이 비슷하다”며 “매번 일자리 창출, 청년 고용 확대를 외쳤지만 중앙부처가 주도해 재정을 투입하는 식이어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각 지역과 산업의 일자리 문제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은 뒤 이를 가지고 중앙부처가 정책을 마련하는 식이다 보니 개별 특성을 반영하는 세밀한 정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한 토론자는 “노동정책이 청년·여성·장년 등 특정 대상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조선·건설 등 특정 산업만을 지원하는 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산업별·지역별 현장을 잘 아는 지역·산업 전문가들이 일자리 정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정부 지원을 지역별·산업별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윤규 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밀집지역을 선별한 뒤 일자리 안정 자금 등 정부 지원을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 역시 산업별로 단축이 어려운 이유가 다양하지만 정부가 획일적으로 접근하면 기업 단위로 파급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주무현 고용정보원 팀장은 “인턴과 안전지킴이, 하천 청소 등 예산을 투입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은 장기 고용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며 “반면 직업훈련과 취업 인프라 개선 등에 대한 지출 비중은 현저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주 팀장은 “일자리 사업이 지역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방 분권형 재정지원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정책,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야”
정부도 지역별·산업별 일자리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용부는 올해 지역고용 실천전략의 방식을 바꿨다. 작년까지 정부가 매년 일자리 사업 계획을 세운 뒤 각 지자체가 공모하는 형태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지자체가 지역별 특성에 맞는 개선 과제를 먼저 도출한 뒤 정부와 협의하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상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면 안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정부 수준의 지방분권화를 공언한 만큼 일자리 정책도 예산과 자원, 정보를 지자체와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노동연구원을 중심으로 산업별 일자리 창출 전략을 세우는 연구도 하고 있다.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해 27개 산업을 분석하고 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세밀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일자리 정책에 산업별·지역별 특성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경봉/오형주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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