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메이킹·코스 전략 깨달아
샷 만들 줄 아는 골퍼로 거듭날 것
올 시즌 톱10만 7번 '꾸준한 성적'
10년 캐디백 멘 아빠께 첫승 선물해야죠
[ 이관우 기자 ]
작고 귀여워 ‘짱블리’라 불린다.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왕 장은수(19·CJ오쇼핑·사진). 그는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골프백에 새겨넣었을 정도다. 신인왕 인터뷰에서도 “짱블리의 존재감을 알려 행복하다”고 했다.
올 시즌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진 못했다. 대신 기복 없이 공을 쳐 ‘꾸준한 루키’의 상징이 됐다. 28개 대회에 출전해 25번 본선에 진출했고, 7번 톱10에 들었다. 지난 6월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다 준우승을 차지한 뒤부터 팬이 부쩍 늘었다. 강점은 집중력이다. “감이 잡히면 무섭게 몰아친다”는 게 이영미 KLPGA 부회장의 평이다.
10년을 고생한 아버지에게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겨드리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KLPGA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뒤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버지 장용진 씨(62)는 골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골프 마니아.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한 번도 골프를 치지 못했다. 주말마다 딸의 캐디백을 멨기 때문이다.
아나운서가 꿈이던 장은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우연히 골프연습장 옆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빠가 ‘딱 3개월만 이거 해보자’며 골프를 권하셨어요. 그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습도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다. “하루 몇 시간 어떤 연습을 어떻게 하자는 식의 연습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문제가 있으면 그걸 해결할 때까지 연습하는 식이죠.”
부모님도 한 번도 그에게 ‘연습하라’고 한 적이 없다. 성적이 안 나오면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그를 오히려 찾아다니며 말려야 했을 정도로 딸이 알아서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는 ‘쿨’하다. 큰 대회든 작은 대회든 떨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장은수는 “대회장에선 별로 긴장하지 않는데, 대회장 밖에선 심적 부담이 꽤 컸다”며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며칠씩 걸리는 그림 그리기로 마음의 평온을 찾곤 했다”고 말했다.
투어 첫해는 그에게 ‘학교’였다. 경험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줬다. 장은수는 “타수를 줄이기 위해 앞만 보고 때릴 줄만 알았지 샷 메이킹이 뭔지, 코스 전략이 뭔지 몰랐다”고 말했다. 감에만 의존해 그때그때 상황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년에는 샷의 탄도나 공의 회전량 등을 고려해 샷을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공이 놓인 상황을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되, 이를 해결해낼 ‘솔루션’의 선택폭도 넓히겠다는 것이다. 실전 감각을 가다듬기 위해 그는 곧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만만해보이던 골프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겨울에 제대로 한 번 (골프랑) 붙어 보려고요. 다음엔 챔피언 인터뷰에서 꼭 다시 뵐게요.”
■ 원포인트 레슨
타이밍이 안맞나요?…좌우 어깨가 서로 '바통 터치' 하듯 스윙하세요!
“특별히 잘 치는 클럽도 없지만 특별히 못 치는 클럽도 없어요. 한마디로 ‘에지’가 없는 거죠.”
장은수는 자신에게 ‘킬러 샷’이 없는 점을 아쉬워했다. 챔피언들에게 한 가지쯤은 있는 특기 말이다. 하지만 동료들은 “장은수는 드라이버도 잘 치고 아이언도 잘 치는 팔방미인”이라고 그를 치켜세운다. 아웃오브바운즈(OB)를 잘 내지 않는 ‘똑바로 샷’을 그들은 부러워했다. 올 시즌 장은수의 드라이버 샷 정확도는 78.10%로 투어 전체 14위다. 비결이 뭘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타이밍입니다. 골프가 많은 근육과 관절을 움직이는 운동이잖아요. 임팩트 때 뭐가 하나만 각도가 1도 틀어져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거든요.”
악기 연주할 때 쓰는 메트로놈을 켜놓고 연습하는 것도 타이밍을 잘 맞추기 위해서다. 백스윙을 어디까지 할지, 다운스윙은 언제 시작할지 등을 구분하는 시점, 즉 타이밍을 잘 익히기 위해서다. 시합 때마다 메트로놈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그가 자주 쓰는 타이밍 체크법이 있다. 어깨의 위치로 스윙 타이밍을 잡는 방법이다. (사진 참조)
“백스윙할 때 왼쪽 어깨가 턱 밑에 오면 백스윙이 다 된 거라고 판단해요. 다운스윙이 더 중요한데, 오른쪽 어깨로 왼쪽 어깨를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하는 겁니다. 그러면 백스윙부터 다운스윙까지 타이밍이 좋아지고 스윙도 부드러워집니다.”
어딘지 스윙이 엉킨 듯한 느낌이 들 때도 그는 이런 느낌으로 연습 스윙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갑자기 스윙이 급해질 때도 마찬가지다.
“턱밑에 있는 어깨 자리를 좌우 어깨가 서로 ‘바통 터치’하는 듯한 생각으로 하는데 간단하지만 효과가 좋아요. 저만의 응급 처치인 셈이죠.”
■ 장은수는 …
▷1998년 4월 경남 창녕 출생 ▷동포초-창원 대산중-창원 사파고-연세대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 입문 ▷2014~2015 골프 국가대표 ▷2017 KLPGA 1부 투어 데뷔 ▷주요 성적 -2017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위 -2017 카이도여자오픈 타니CC 4위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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