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16일 밤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부속 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날 오후 9시 31분부터 오후 10시 53분까지 80여분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미숙아 4명이 순차적으로 응급조치를 받다가 사망한 겁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이대목동병원은 17일 인터넷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하루종일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신생아 4명이 집단 사망한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사고가 난 병원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의료 사고가 났던 이대목동병원이었기 때문이죠. 인터넷은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비판으로 들끓었습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지난 9월 5개월 영아에게 투여되는 수액에서 날벌레가 발견되는 일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7월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 확진을 받아서 논란이 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영아 2명과 직원 5명 역시 잠복 결핵 감염 판정을 받아서 환자들을 떨게 했죠. 2013년 말부터 4개월간 좌우가 바뀐 엑스레이 필름 영상으로 5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대목동병원은 이번 사고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유족들에게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병원 측은 17일 오후 2시 병원에서 브리핑을 했는데요. 브리핑 후 숨진 신생아 1명의 아버지라고 밝힌 유족이 사과문 발표와 사건 경위 설명이 끝나고 병원 측이 질의응답을 받으려고 하자 “유족보다 언론이 우선이냐”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족들은 병원 측의 브리핑 계획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면서 분노했습니다.
병원 측은 “사망 원인을 모르는 상황에서 브리핑을 열지 고심하다 급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며 “유족에게 사전에 고지할 경황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18일 국립과학수사원은 신생아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인데요. 병원 측은 사망 사고가 일어난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숙아에게 나타나는 괴사성 장염이 전염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망한 신생아들과 같이 입원했던 다른 미숙아 2명이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괴사성 장염은 생우 1주 이내 미숙아나 저체중아에게 많이 나타나는데요. 대장 부위에 장세포가 죽어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복부팽만, 구토, 혈변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복막염, 장관의 천공으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괴사성 장염을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다만 전염성이 있어 혐기성 세균이나 대장균, 바이러스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신생아들이 복부에 가스가 차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괴사성 장염에서 복부팽만에서 체온저하, 쇼크, 무호흡 상태가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전염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습니다. 일부 신생아가 해당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신생아마다 증상이 다 달랐다는 겁니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은 “사망한 영아 간 전염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사망한 영아 4명은 집중치료실 입원아 중에서도 가장 중환자에 속했다”고 말했습니다.
제각기 다른 증상이 원인이 됐더라도 80분 동안 4명이 한꺼번에 숨지기는 어렵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남은 환자들을 다른 병원이나 병실로 옮기고 폐쇄에 들어갔는데요.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끝) /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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