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백화점' 엘큐브에 꽂힌 1020

입력 2017-12-18 17:40  

유통전쟁 '판'이 바뀐다

롯데, 5개점으로 확대
캐릭터 상품·화장품 등 집중
홍대 이어 이대·세종점까지



[ 안재광 기자 ] 18일 오후 서울 홍대역 인근 ‘엘큐브’. 롯데백화점이 10~20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이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 매장을 낸 미니 백화점이다.

1층 화장품 코너에는 교복을 입은 10대 여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화장품을 써본 뒤 비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브랜드를 살펴보니 백화점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색조 브랜드 ‘페리페라’ ‘3CE’ ‘투쿨포스쿨’ 등이다. 경미령 엘큐브 홍대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난 브랜드 위주로 판매 중”이라며 “10~20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빨리 바뀌기 때문에 브랜드 교체가 잦다”고 전했다.

1층 ‘명당 자리’에는 ‘라인프랜즈’ 캐릭터 상품도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상권 특성을 감안해 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 상품을 들여놨다. 기존 백화점에서는 하기 힘든 결정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여성 패션 상품들이 있다. 백화점 2층 구성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브랜드와 인테리어는 완전히 달랐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 SNS에서 이름난 브랜드로 채웠다. 팔로어가 10만 명 안팎에 달하는 ‘김모찌 컴퍼니’를 비롯해 ‘아도라’ ‘채버블’ ‘클로젯미’ 등이다. 이들 매장은 실제 브랜드 운영자가 돌아가면서 매장에서 판매를 한다. 6개월씩 계약해 브랜드 교체가 빠르다. 매장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언니들의 드레스룸’이란 콘셉트로 6개 매장을 각각 개성 있게 꾸몄다. 옷을 입고 셀카를 찍을 수 있게 매장에는 의자와 거울도 있었다.

3층 공간은 엘큐브 홍대점이 자랑하는 곳이다. 가상현실(VR) 체험관이다. 승마 경주와 놀이기구 체험 등 6가지 VR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10여 명의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환호하며 VR 기기를 즐기고 있었다. 개점 당시에는 백화점처럼 옷을 판매하던 공간이다. 하지만 3층까지 올라와 옷을 사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경 점장은 홍대상권을 분석한 뒤 ‘3층 이상에서 옷을 팔면 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화점에선 파격적으로 VR관을 열자고 지난 8월 제안했다. 내부 반대가 컸지만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은 “새로운 형태 매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9월 VR관을 낸 뒤 3층 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0% 이상 늘었다. 방문객 수는 약 700% 증가했다. 경 점장은 “부산 광복점에도 VR관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기존 백화점 영업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간 게 적중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5곳의 엘큐브 매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본다는 계획이다. 또 ‘효과’가 있으면 33개 롯데백화점 매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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