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최근 연임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한 듯, KB금융과 하나금융에 ‘경영 유의’ 제재를 통보한 것도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그제 “지나친 개입은 관치 논란을 낳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회장후보 추천기구를 구성하고, 유력 경쟁자를 모두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게 하는 방식으로 ‘셀프 연임’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사 CEO 승계 프로그램이 불합리하게 운용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관치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서도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내년 1월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절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운영 사항을 검사하기로 했고,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명백한 부적격 사유가 없는데도 금융사 CEO의 연임을 막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금융 강국인 미국에서는 금융회사 CEO가 ‘셀프 연임’하는 게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이 2005년부터 10년 넘게 CEO 자리를 지키며 회사를 미국 1위 금융그룹으로 키워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샌퍼드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의 후계자로 불리던 다이먼 회장은 웨일의 견제로 회사를 떠난 뒤 더 승승장구하며 미국 금융산업을 이끌고 있다.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금융사의 경영진 연임은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면 된다. 금융당국이 투명성 강화 등을 이유로 금융사 경영권을 흔들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낮은 것은 인사 개입 등 관치가 수십 년째 반복된 결과다. 실력 있는 경영자라면 연임이 아니라 3연임·4연임도 가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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