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신과 함께' '1987' 흥행 격돌… 누가 웃을까

입력 2017-12-18 18:39  

연말 극장가 달구는 대작 작품성·대중성 평가해보니…

액션 대작 '강철비'
개봉 4일 만에 162만명 찾아
북핵 문제 낭만적 접근 지적도
작품성 3.25점, 대중성 4점

20일 개봉 '신과 함께'
상상 속 저승 세계 CG로 구현
아날로그·디지털 절묘한 결합
작품성 3.5점, 대중성 4점

6월항쟁 다룬 '1987'
작품성·대중성 모두 4점 넘어
박종철·이한열 죽음 소재로
실제와 허구 뒤섞어 재구성



[ 유재혁 기자 ] 연말 극장가가 대작들의 흥행 경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14일 개봉한 액션영화 ‘강철비’가 이후 4일간 162만 명을 끌어모아 흥행 성공을 예고했다. 20일 개봉하는 판타지 ‘신과 함께’, 27일 선보이는 ‘1987’ 등의 대작이 ‘강철비’에 결코 뒤지지 않아 올겨울 극장가는 역대 최고 수준의 격전장이 될 것이라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았다.

◆작품성, 대중성 모두 수준급

강유정 곽영진 윤성은 전찬일 등 4인의 영화평론가가 세 영화의 작품성과 대중성에 대해 모두 별3개(5개 만점) 이상으로 평가했다. 같은 시기 기대작이 이처럼 모두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세 작품은 저마다 다양한 관람 세대를 아우를 것으로 분석됐다. ‘강철비’는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환기시키고, ‘1987’은 30년 전 한국 현대사를, ‘신과 함께’는 개인의 삶을 성찰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의성 vs 역사성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는 실질적 핵보유국이 된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각도로 상상해본 작품이다. 북한 핵 문제를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체로 시의적절한 이슈를 다뤘다는 평가다. 강유정 평론가는 “개인의 체제 이탈이란 현실적인 문제를 들춰냈고 핵전쟁 시나리오도 그럴듯하게 그려냈다”며 “흥행에 탄력을 받으면서 폭발력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성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찬일 평론가는 “너무 뉴스 보도처럼 이야기를 풀어놔 영화적 재미가 반감됐다”며 “세 작품 중 흥행 면에서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선제 쟁취로 한국의 민주화를 이끈 ‘6월 민주항쟁’을 정면으로 그린 ‘1987’은 장준환 감독의 생애 최고작으로 평가됐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부터 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이르는 사건들을 실제와 허구로 정교하게 재구성해 흥미롭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빚어냈다는 분석이다. 진실을 감추려는 핵심 세력인 대공수사처 박 처장 역 김윤석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영화는 개인들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노력할 때 역사가 전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해준다. 곽영진 평론가는 “역사적 사실을 근사한 상업영화로 제작해냈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남한산성’과 더불어 올해 최고의 영화”라며 “감정적인 소구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볼거리 많은 판타지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는 상상 속 저승세계를 컴퓨터그래픽(CG)이란 첨단 테크놀로지로 뛰어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다. 사막이나 폭포, 빙하, 바다, 숲, 펄펄 끓는 용암 등 대자연의 이미지를 빌려 제작한 지옥의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놀라운 비주얼로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이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성을 제대로 건드려준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표현한 후반부 장면에서는 관객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전 평론가는 “불교적 세계관을 서구의 테크놀로지로 훌륭하게 구현했다”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결합”이라고 촌평했다. 하지만 웹툰 원작을 바꾼 대목에서는 원작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다. 윤 평론가는 “한국 영화에 드문 판타지지만 웹툰 원작 마니아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다”며 “대중이 어떤 방향으로 관람평과 여론을 몰아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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