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적자 자동차분야서 발생
비관세장벽 완화해도 국내 자동차업계 타격 크지 않아
"미국에 명분 주고, 실리 챙길 기회"
서비스·금융도 추가 개방 가능성
정부 "ISD제도 개선 요구… 농산물 추가개방은 불가"
[ 이태훈/강현우 기자 ]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 비관세 장벽을 완화해주는 식으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 분야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농산물 시장에선 ‘추가 개방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우리 측에 불리하게 체결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개선 등을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분야 미국 요구 수용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한·미 FTA 개정 협상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날 국회 보고는 정부가 FTA 협상을 시작하기 전 거쳐야 하는 마지막 국내 절차다. 산업부는 미국과 협상 일정을 협의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1차 협상을 시작으로 3~4주 간격의 후속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미국이 자동차 분야의 비관세 장벽 해소 등 시장 접근 개선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의 대부분은 자동차 분야에서 발생하며 한국은 비관세 장벽으로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에 신차 인도 전 수리이력 고지, 자동차 좌석 폭 규정 등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을 막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우리 측 입장과 관련해 “비관세 장벽 해소 등 한·미 FTA 개선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자동차 부문 비관세 장벽을 완화해주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비관세 장벽을 완화해도 국내 자동차업계에 주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비관세 장벽 때문이 아니라 독일 차, 일본 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서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가 조금 더 늘어나는 수준일 것”이라며 “크게 보면 비관세 장벽 철폐로 미국 정부는 명분을 챙기고 한국은 큰 영향 없는 부분을 내주면서 관세 부활 등 더 큰 암초를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측이 한국산 자동차의 현지 수출 때 미국산 부품 50% 의무 사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서비스도 추가 개방 요구 가능성
산업부는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금융, 전자상거래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논의된 이슈를 미국 측이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미국은 NAFTA 재협상에서 협정국이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고객 정보를 로컬(현지) 서버에 저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자제하고 전자상거래 기업의 소스코드나 알고리즘 공개 요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는 “ISD 개선 등 기존에 제기한 우리 관심사항을 개정 협상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다. 외국인 투자자가 특정 국가의 비합리적인 법에 억울하게 당하지 않게 하려는 제도지만 정부의 공공 정책 기능이 상실되고 거액 배상을 노리는 민사소송의 주요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한·미 FTA 체결 때부터 있었다.
산업부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선 “우리 측 민감 분야는 보호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태훈/강현우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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