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한미훈련, 오로지 북한에 달렸다"

입력 2017-12-20 00:30   수정 2017-12-2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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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행 대통령 전용열차서 미국 NBC와 인터뷰

미국에 연합훈련 연기 공식 제안…"미국은 검토 중"
문 대통령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인내심 갖고 기다려"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정부에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한·미 군사훈련 연기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의 대회 참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리처드 엥겔 미국 NBC방송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올림픽 기간 동안 예정돼 있는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이미 미국 정부에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한 서울~강릉 간 KTX 경강선 탑승 행사 자리에서 이뤄졌다.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등 한·미 합동 훈련은 매년 2월 말~3월 초에 시작해 50~60일간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2월9~25일) 기간과는 겹칠 가능성이 낮지만 패럴림픽(3월9~18일) 기간에 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미국과 북한 간, 한국과 북한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람객들은 안전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며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목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8월 베이징 방문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 또는 연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합동 군사훈련 연기에 합의하더라도 북한이 평창 올림픽 기간 전 도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까지 연기한 상황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며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엥겔 특파원은 “문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 있는 미국과의 잦은 합동 군사훈련 횟수를 줄이는 것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 같은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발언은 북핵 문제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조율 없이 나온 발언이라 논란이 될 수 있었다. 청와대는 미국 현지에서 인터뷰가 방송되고 3시간이 지나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 아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원본으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NBC 측에 조치를 요구했고, 오해 없게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NBC는 온라인 기사 제목을 수정했지만 해당 발언이 실린 영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내 언론사 체육부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의 중국 쪽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며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대회 때에 비하면 중국 쪽 판매가 두 배 이상 빠른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출범했을 때 3000억원 정도 적자를 예상했는데 국고 지원을 늘리고 기업 후원금이 목표 이상 모이면서 지금은 걱정을 덜었다”며 “흑자는 아니더라도 수지 균형은 대충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폐막식 다음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처럼 평창 올림픽 때 하루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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