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맹수연 엑스컴퍼니 대표 "男 시크릿존 매일 닦게 하면 시장 열린다"

입력 2017-12-20 15:10   수정 2017-12-20 16:10


남성용 청결제 '재클린' 올리브영 판매 1위
"항균, 가려움증 예방 위해 시크릿존 전용 청결제 필요"
"남자들이 청결제에 바라는 코드는 의외로 '미백'"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그린', '리스테린'으로 잘 알려진 구강청결제는 1870년대에 처음 개발됐다. 당시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매일 세 번의 규칙적인 양치질만으로도 구강청결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매일 자신들의 제품을 쓰게 만들고 싶었다. 빨래는 하루에 1번, 샤워도 하루에 1번이지만 양치는 매일 3번이었다. 문제는 양치질만으로도 구강관리는 충분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었다.

이들은 '구취 공포증' 광고를 내보냈다. 소비자들이 맞닥뜨리는 매일의 중요한 일상에서 구취가 곤란한 상황을 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구취가 문제라서 구강청결제가 개발된 게 아니라 구강청결제 회사들이 구취를 문제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광고효과는 좋았다.

기업들은 광고를 통해 꾸준히 인식을 바꿨다. 소비자들은 매일 3번 양치 후 구강청결제를 썼고, 심지어 양치를 건너 뛰고 구강청결제만을 쓰기도 했다. 구강청결제 시장은 그렇게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10년 가까이 공부(생명공학)만 하다가 올 초 남성용 청결제 시장에 뛰어든 맹수연 엑스컴퍼니 대표(사진·31)는 "구강 청결제 처럼 인식을 바꾸는 것이 이 사업의 첫 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맹 대표는 "미국, 유럽, 태국 등과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남성용 청결제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타구니 질환, 습진 등을 해결하는 보조 치료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세안할 때 쓰는 클렌징 폼처럼 매일 사용하는 제품으로 인식돼야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남성용 청결제 시장 규모는 5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 고속 성장해 지난해 기준 약 4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여성용 청결제와 달리 남성용 청결제는 그 필요성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뛰어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업을 마치고 1년간 남성용 청결제 제품을 준비한 맹 대표는 지난해 12월 법인 엑스컴퍼니를 설립하고 올 1월 남성용 청결제 파우치 제품인 '재클린'을 선보였다.

맹 대표 "'여성용 청결제는 있는데 왜 남성용 청결제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시장 조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제품이 없는 게 아니었다"며 "남성용 청결제가 보통 습진, 가려움증, 사타구니 질환에 쓰는 것으로 알려지다 보니 시장 접근이 처음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맹 대표는 판매 관점을 바꾸는 데 답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성용 질환에 사용하는 기능적 측면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세안할 때 쓰는 클렌징 폼처럼 매일 쓰는(데일리 제품) 뷰티 상품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그는 "남성들의 시크릿존은 여성들의 Y존에 있는 것과 다른 종류의 세균들이 서식해 습진, 가려움증 등을 유발한다"며 "일반 비누나 바디워시 제품들은 대부분 항균 작용이 없기 때문에 남성용 청결제를 사용해야 기타 질환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 대표는 "과거에는 기초 화장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다가 지금은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을 쓰고 있는 것처럼 남성용 청결제도 같은 원리"라며 "'30년이 넘도록 안 쓰고도 잘 살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소비자의 인식을 먼저 바꾸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맹 대표는 철저히 남성 소비자들의 니즈를 찾았다. 기획 단계에서 남성 소비자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시원한 느낌', '고급스러운 향기', '부드러운 질감'이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세정 과정에서 부드러운 질감을 주기 위해 젤 타입을 선택하고, 멘톨 성분을 배합했다.

맹 대표의 노력은 조금씩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제품이 나온 후 올 9월 헬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에 입점한 재클린은 불과 두 달 만에 남성용 청결제 부문 판매 1위에 올라섰다. 5~10년 이상 영업을 해온 제품들을 제쳤다.

맹 대표는 "제품을 개발하기 전 남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남성들이 청결제에 바라는 코드는 의외로 '미백', '트러블 방지' 등이었다"며 "이는 남성들이 자신의 시크릿존을 단순히 씻어야 하는 대상을 넘어 이미용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맹 대표는 최근 왁싱숍, 마사지숍 등을 중심으로 판촉을 하는 등 새로운 영업 전략을 짰다. 이곳에서 제품을 처음 접해본 남성들의 판매 요청이 꾸준히 늘면서다. 현재 파우치 제품 1종에서 내년 1월 용기형 제품을 새로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아직 남성용 청결제 역시 구매자의 60% 이상이 여성으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권하는 식으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대부분의 청결 용품이 그렇듯 상대방을 배려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남성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클린은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답게 마케팅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오는 26일부터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리워드)을 통해 재클린 남성용 청결제 용기형 제품과 재클린 레이디(여성용 청결제)의 펀딩을 진행한다.

맹 대표는 "와디즈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이미 목표액(리워드)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남성용 청결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시장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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