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발제한구역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낭패'

입력 2017-12-20 16:45   수정 2017-12-20 16:46

비오톱 등 생물서식지 묶이면
어떤 개발 행위도 불가한 땅



주택시장을 정조준한 부동산 규제 정책은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시중의 유동자금과 투자자의 관심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 듯하다. 여전히 아파트와 수익형 부동산의 미래 가치와 투자 시점에 관한 문의가 많다. 특이점은 서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투자를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주요 지방의 토지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을 매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발제한구역은 그린벨트로 알려져 있고, 무언가 개발이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은 희소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의 주장이다. 각종 개발 여파로 주변 지역은 이미 아파트 등으로 도시화됐기 때문에 개발제한구역은 그 효용을 잃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시간만 지나면 적당한 상가주택 정도는 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을 편집한 부가 설명자료까지 있으니 더욱 합리적인 제안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중 땅은 장기로 투자하는 상품이고, 큰 욕심 없는 본인의 성향과도 맞는다는 판단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도 법률에서 정한 토지의 성격을 무시한 투자는 너무 위험하다. 해당 투자자가 검토한 토지는 가장 기본적으로 토지이용계획 확인서만 봐도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당 확인서에 비오톱으로 등재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비오톱이 뭔지도 몰랐고, 이미 개발제한구역이기 때문에 신경도 안 썼다고 한다. 오히려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 나머지 제한사항은 전부 소멸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기서 비오톱이란 특정한 식물과 동물의 생활공동체를 이뤄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생물서식지를 말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서울특별시도시계획조례’ 제4조에 따라 도시생태현황(비오톱)을 수립하고 있다. 2010년부터 5년 단위로 평가등급(1~5등급)을 결정하며, 비오톱 1등급 토지는 특별히 보호 가치가 있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유형으로 개발제한구역과 상관없이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개별 평가 등급은 서울시도시생태현황도로 열람할 수 있으며, 비오톱 1등급 토지에 대해서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등재하고 있다.

해당 토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개발행위도 불가한 땅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는 이런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분명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소문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제안자의 자료와 현장 설명까지 곁들인 결과 소문이 거창한 계획으로 포장된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을 가장 큰 규제로 알고 있었는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오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비오톱을 몰랐던 투자자도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정부의 정보공개 노력 등으로 어렵지 않게 여러 사안을 직접 검증해볼 수 있다.

투자의 결과는 본인 책임이다. 몰랐고, 할 줄 모른다는 말로 노후를 담보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스스로 기본적인 사안도 검증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주변에 적지 않다.

이영진 <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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