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박재원 기자) 할인점에서 굴삭기를 사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지난 18일 경기 군포에 있는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에는 1.7~3.5t 미니굴삭기 4대가 전시됐다. 최근 파격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건설기계가 이마트와 손잡고 굴삭기 판매를 시작한 것.
판매보다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였지만 뜻밖에 전시 하루만에 구매자가 나타났다. 전원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A씨가 생필품을 구입하듯 2600만원이 넘는 1.7t 굴삭기를 현장에서 구매했다. 특수 장비로 인식돼온 건설기계가 실생활로 다가온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니굴삭기는 은퇴를 앞두고 농장, 전원주택 등을 운영하려는 베이비부머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에 마트에서 실제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또 한 번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업계 최초로 경매를 통해 중고 건설장비를 판매하기도 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 시장에서 거두고 있지만 기존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달 26일 충북 음성에서 열린 ‘현대건설기계 옥션’은 현대건설기계와 두산, 볼보 등 출품한 중고 장비 150여 대가 이날 모두 판매됐다.
현대건설기계는 중고 건설장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경매행사를 기획했다. 중고 거래시장이 활발해져 보유한 건설장비 처분이 쉬워지면 자연스레 신제품 구매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현대건설기계의 신제품 시장 점유율도 함께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중고 장비 수요도가 높은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현대건설기계 브랜드를 알린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대리점은 경매를 통해 수출길을 열면서 중고장비 재고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경매에 참가한 베트남 현지 유통딜러 응우옌쑤안뚜이 씨는 “장비 상태가 생각보다 좋아 놀랐다”며 “낙찰가도 만족스러워 내년엔 더 많은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내년부터 경매 횟수를 연 3회, 회당 판매대수를 300여 대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끝) /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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