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과학기술계와 정치

입력 2017-12-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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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 국민의당 국회의원 sjoh6609@gmail.com >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은 가치 중립적이라고 말한다. 과학이나 기술은 그 사용 목적이나 사용자의 이념과 관계없이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과학기술자는 이념에 크게 관심을 두거나 현실 정치에 관여하기보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운영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가 세금으로 과학기술 연구기관을 세우고 운영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지만, 운영책임자를 정할 때는 정치적인 이념보다 전문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과학기술 연구기관장은 정권과 관계없이 수십 년을 봉직하는 사례도 많다.

한국에서도 이 원칙이 어느 정도 지켜져 왔는데, 최근에 와서 흔들리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관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개인이나 기관 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에서 배제하거나 정부 과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당시 과학기술 분야의 여러 공공기관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임기 도중에 물러나기도 했고, 정당한 방법으로 추천된 기관장 후보가 최종 임용과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정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효율성보다 자기편이냐를 더 따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금 도둑질이다.

그런데 ‘촛불 혁명’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이 구태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충격적이다. 지난 정부에서 임용된 몇몇 기관장에게 정부에서 퇴진을 은밀히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관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과도해 기관 운영에 문제가 될 정도라면 교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특성상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혹시 그런 사례가 있다면 일 처리는 투명하고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보도처럼 뒤에서 은밀히 요구했다면 과거 정부가 저지른 적폐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과학기술계에 이처럼 정치 바람이 불면 그 피해는 당사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연구자가 본연의 연구보다 정치에 신경쓰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이 피해를 본다. 특히 현장에서 묵묵히 성과를 내는 연구자보다 줄 타는 사람이 인사에서 이득을 본다면 전체적인 과학기술계의 사기 저하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적폐,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빈다.

오세정 < 국민의당 국회의원 sjoh660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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