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연금개혁안 통과… '친시장 개혁'으로 경제부활 가속

입력 2017-12-20 19:37  

연금·노동·세제 '3대개혁' 탄력
연금 수령액에 물가 상승률 반영
해고 근로자 소송 일부 제한
법인세 35→25%로 인하 추진도

중남미로 '개혁 불씨' 옮겨붙나
브라질, 내년 연금개혁안 표결 앞둬
우파 집권한 칠레 성장 주목



[ 오춘호 기자 ] 아르헨티나 의회가 19일(현지시간) 연금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개혁과 연금개혁, 조세개혁 등 친(親)시장주의 개혁을 추진하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권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개혁이 지연되고 있는 브라질 등에도 개혁의 바람이 옮겨붙을지 주목된다.


◆연금개혁해 재정적자 감축

아르헨티나 하원은 12시간 넘게 격론을 벌인 끝에 이날 새벽 연금개혁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8표, 반대 116표로 가결했다. 2명은 기권했다. 일부 시위자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의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하면서 162명이 다치고 60여 명이 체포됐다. 노동계는 연금개혁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24시간 총파업도 벌였다. 이 여파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기도 했다.

연금개혁은 2015년 12월 집권한 마크리 대통령이 내세운 3대 개혁(노동·연금·세제)의 하나다. 지난 10월 노동개혁에 성공한 마크리 정권은 다음 수순으로 연금제도에 손을 댔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6%(2분기 기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재정적자 상당 부분은 연금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8년 연금을 국유화해 국민 세금으로 연금을 채우고 있다. 특히 인구의 5~10%가 공무원일 만큼 공무원 수가 많다.

마크리 정권은 연금 지출을 줄여야만 해외 투자를 유인하고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개혁안은 연금 지급 방식을 임금 상승 대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분기마다 재조정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에 56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조단체들은 은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각종 복지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세개혁도 의욕적 추진

마크리 정권은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 파트타임 근로자의 시간 규정을 철저히 하고, 해고 근로자의 소송을 일부 제한하는 노동개혁안에 대해 노동계와 합의했다. 그동안 노조 활동을 핑계로 인력의 10%가 근무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게 아르헨티나의 현실이다. 이를 개선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려는 것이다.

마크리 대통령의 다음 승부처는 조세개혁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35%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25%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사회보장에 대한 기업 부담금도 대폭 낮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GDP의 1.5%까지 조세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의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조세법 체계를 간단하고 명확하고 공정하게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은 조세개혁안을 승인한 상태다.

◆브라질은 아직 고심 중

마크리 정권의 ‘끊임없는 개혁’에 영향을 받는 국가는 인접국인 브라질이다. 일찌감치 노동개혁을 추진한 브라질은 ‘연금 개혁의 덫’에 걸려 있다. 브라질 정부는 연내 예정돼 있던 연금개혁 법안 표결을 내년 2월 이후로 연기했다. 내년 10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이 개혁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안이 연방하원을 통과하려면 전체 의원 513명 중 308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반대하는 의원이 훨씬 많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연금법안이 지금 통과되지 않는다면 브라질 경제는 극심한 고통을 받고, 급작스럽고 고통스런 연금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의회에 연금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의회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마르 마지아드 무디스 브라질담당 애널리스트는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예고된 상황에서 개혁안이 내년에 승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용등급에 부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아르헨티나의 연금개혁이 브라질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자동차 등 많은 업종에서 경쟁관계다. 칠레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권이 들어서는 등 남미 대륙에 우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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