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가상통화 열풍, 일부 비이성적 과열" 우려

입력 2017-12-21 11:17  

"가상통화 법정화폐로 보기 곤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 폭등 현상에 대해 우려의 말을 전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가상통화 열풍을 보면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며 비이성적 과열도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90년대 후반 닷컴 주가 폭등을 일컬은 표현이다.

이 총재는 "가상통화는 법정화폐로 보기 곤란하며, 투기적 모습을 보이는 데 세계 모든 중앙은행이 모여서 얘기할 때마다 우려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한은은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상통화가 본격 확산한다면 통화정책과 통화파급경로,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는 "한 달, 두 달 후에 지표나 여건 변화 등을 계속 보고 그때 맞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지만 물가 흐름 관련 우려를 전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근원물가가 통화정책 운영에 더 의미가 큰데, 서서히 상승해서 예상하는 경로를 밟아갈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 지난달 주춤해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위원들이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골디락스'는 성장세가 확대되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로,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반영해 주요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로 올라가고 장기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일부는 '이성적 과열'이라고 하지만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근본 원인이라는 반론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많은 나라에서 부채 과다를 걱정하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자산 버블 뒤에는 저금리에 따른 신용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며 "가뜩이나 커진 금융불균형이 더욱 쌓이고 위험자산 선호경향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어떤 형태로 조정이 이루어질지, 영향이 어떠할지에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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