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학문 간 '융합'이 현대 과학의 출발

입력 2017-12-21 17:19   수정 2017-12-22 07:08

컨버전스


[ 송태형 기자 ] 과학사 서술은 대개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이나 코페르니쿠스-케플러-갈릴레오로 이어지는 천문학 발견 또는 17세기 ‘과학혁명’에서 시작한다. 인류의 생각과 지성의 근원을 탐구한 《생각의 역사Ⅰ·Ⅱ》(들녘)로 명성을 얻은 영국 문화사가 피터 왓슨의 출발점은 다르다. 현대 과학의 역사를 다룬 《컨버전스(Convergence)》는 1840~1850년대 유럽에서 등장한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진화론에서 시작한다. 왓슨은 “과학 간 통섭과 융합으로 현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이론이 등장했다”며 “오늘날 사회를 움직이는 현대 과학의 힘은 150여 년 전 일어난 ‘컨버전스(수렴·통섭)’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왓슨에 따르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열, 광학, 전기, 자기, 음식과 혈액의 화학작용에 관한 과학이 융합된 결과다. 진화론은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 인류학, 지리학, 생물학이 융합돼 나왔다. 저자는 “하나의 과학이 다른 분야의 과학을 뒷받침해주고 서로 얽히면서 사상 유례없는 이해 방식이 탄생했다”며 “그 결과 과학의 권위는 엄청나게 증대됐고 이후 중첩과 연계의 과정을 거쳐 계속 확장됐다”고 설명한다.

왓슨은 컨버전스의 관점으로 현대 과학에 내재된 거대한 통일성을 그려낸다. 그는 “현대 과학의 컨버전스는 과학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던 인문학적 체계까지 침투하고 있다”며 “컨버전스가 부여하는 통일성이란 질서는 오늘날 과학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관점”이라고 강조한다.(이광일 옮김, 책과함께. 704쪽, 3만3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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