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전망과 대응
달러 약세 지속되겠지만 1000원 깨지긴 힘들 것
[ 나수지 기자 ] “다양한 경제 모형을 활용해 추정한 원·달러 적정 환율은 1150원입니다. 내년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달러당 1000원이 깨질 것이란 일부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은 21일 ‘2018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로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자국으로 가져가는 ‘달러 리쇼어링’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는 달러 강세 요인인 만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은 전날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내년 21%로 낮추는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내년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미국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아진다. 한 위원은 “미국이 법인세 인하에 주력한 것은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과 자본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세제개편안 통과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인덱스는 91에서 10월 이후 93~94 수준으로 올랐다.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수요가 늘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기 때문에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이하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한 위원의 분석이다.
한 위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이어져 국내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환율이 내릴 때 더 내리고 오를 때 더 오르는 ‘순응성’이 커졌다는 점”이라며 “미국이 환율조작 등을 핑계로 통상마찰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을 하는 방안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구적 불태화 개입은 과도하게 유입된 외국 자본에 상응하는 만큼의 해외 자산을 국부펀드가 사들여 통화가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다. 외환당국이 자국 통화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할 때 활용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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