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가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노·사·정 대타협 없이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 행사에서 “오래전부터 노동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가 국정 운영 파트너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중요한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며 “노동계가 함께하면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 인사와 공공상생연대기금(상생기금) 관계자,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산별노조 대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 110여 명이 참석했다. 상생기금은 지난 6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폐지되면서 119개 기관 18만 명의 직원이 반납한 성과급 1800억원 가운데 1600억원을 출연해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 지원 목적으로 지난달 조성됐다.
문 대통령은 행사에서 상생기금에 대해 “기금 설립 과정 자체로 사회적 대화의 모범을 보여줬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상생기금은 민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며 “노사 화합의 모범사례로 보고 격려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에 사실상 상생기금 조성을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재계는 상생기금을 노사 화합 모델로 보는 것에 다소 비판적이다. 겉으로는 노조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는 식으로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사이에 이해관계도 다르다. 지난 6월 금속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해 받는 체불임금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대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현대차 현장 조직은 난색을 보였다. 산별노조가 조합원 돈으로 생색낸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노사 양측에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진심이 전해지고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노동과 관련해 많은 과제가 있다며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노동시간 단축 등과 함께 ‘노동생산성 제고’를 꼽았다. 하지만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 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2015년 기준)은 31.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6.7달러에 못 미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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