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기재부 2차관과 이관섭 한수원 사장의 뒤바뀐 인연

입력 2017-12-22 10:20   수정 2017-12-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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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주 경제부 기자) 요즘 관가에선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과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이의 ‘뒤바뀐 인연’이 화제입니다. 불과 1년 사이에 ‘시험문제 출제자’와 ‘수험생’으로 서로의 역할이 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일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2017 공공기관장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워크숍에는 120여명의 공공기관장들이 참석했습니다. 대부분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었습니다.

기재부의 공공기관 정책기조 변화를 설명하게 위해 단상에 오른 김 차관은 “이 자리에 서니 작년에 공공기관장으로 있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의 사장을 지냈습니다.

이어 김 차관은 대뜸 “그해 3월 제가 몸담던 기관의 주무부처 차관께서 산하기관장 회의를 소집하셔서 갔는데 제게 돌발질문을 던지셨다”며 “그분도 지금 이 자리에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순간 자리에 앉아있던 기관장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관섭 한수원 사장에게로 모아졌습니다. 여기저기서 어색한 웃음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산업부 1차관이 바로 이 사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지난해 8월 산업부 1차관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11월 한수원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김 차관은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는 “(이 사장이) ‘기재부에서 공공기관 정책을 오래하셨는데 감독을 하다 감독을 받는 위치로 가신 소감이 어떠시냐’고 물었다”고 전했습니다. 김 차관은 동서발전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기재부에서 공공정책총괄팀장과 공공혁신기획관 등을 거치며 공공기관 정책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당시 제 답변은 ‘시험문제를 내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런데 푸는게 더 어렵더라’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직생활을 마치고 기관장으로 옮긴 자신의 처지를 에둘러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워크숍에서 김 차관이 이 얘기를 갑자기 꺼낸 건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선 기재부와 주무부처, 그리고 기관장들이 푸는 사람 내는 사람 따로 없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기관장들은 김 차관의 발언에서 또 다른 의미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입장이 다시 바뀐 두 사람을 지켜보며 ‘운명의 얄궂음’을 느꼈다는 겁니다. 작년만해도 ‘시험문제 출제자’였던 이 사장은 이제 ‘수험생’이 된 반면, 수험생 입장이었던 김 차관은 어느새 출제자로 역할을 다시 바꿔 이 사장을 단상 위에서 여유롭게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수원과 이관섭 사장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사장이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반기를 들어 “청와대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돌았습니다.

워크숍에 참석했던 공공기관장들이 이날 김 차관의 발언을 그저 농담으로 허투루 받아넘길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끝)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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