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무법인(로펌)들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2010년 시작한 한경비즈니스의 ‘베스트 로펌’ 조사가 올해로 8회째에 접어들었다. 첫 조사 때와 비교하면 그동안 국내 법률시장에도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500개가 채 되지 않았던 법무법인 수는 올해 1000개를 넘어섰고 변호사 수 역시 2만 명 이상으로 집계돼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그간 국내 법률시장의 규모가 크게 성장한 것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전보다 더욱 세분화했다. 2016년 10개 부문에서 조사했는데 올해 베스트 로펌 조사는 총 17개 부문으로 늘렸다. 설문 대상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한국의 200대 기업’의 법무팀 및 법률 업무 담당자로 했다.
◆김앤장, 17개 중 14개 부문에서 1위
2017 베스트 로펌 조사 결과 1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는 작년과 변함이 없었다. 올해도 1위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차지했다. 총점은 811점으로 2위 법무법인 태평양(654점)과 157점이나 차이 났다.
부문별로 보면 김앤장은 전체 17개 부문 가운데 ‘기업법무-부동산’ ‘자문료 및 소송비용’ ‘클라이언트에 대한 로열티’를 제외한 1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은 태평양과 공동 1위에 올랐다. 김앤장은 한경비즈니스가 로펌 조사를 시작한 이후 종합 순위 1위를 빼앗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국내 로펌 가운데 적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매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 순위 2위는 2년 연속 태평양이 차지했다. 김앤장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1위와 달리 최근 2, 3위 다툼은 치열한 양상을 보여 왔다. 정확히 말하면 태평양과 법무법인 광장의 싸움이었다. 광장은 2014년과 2015년 종합 순위 2위를 기록하며 굳히기에 들어가나 싶었지만 2016년 태평양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올해도 2위 탈환에 실패하며 아쉽게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태평양, 광장 제치고 2위 올라
태평양은 654점을 얻어 광장(532점)을 122점 차로 제치며 여유롭게 2위가 됐다. 부문별로 봤을 때 김앤장이 1위를 놓친 부문에서 일제히 선두 자리를 꿰차며 고득점을 견인했다. ‘기업 법무-부동산’ ‘자문료 및 소송비용’ ‘클라이언트에 대한 로열티’ 등 3개 부문에서 단독 1위를 차지했다. 김앤장과 공동 1위를 한 ‘클라이언트와의 소통’까지 합치면 총 4개 부문 1위다.
광장은 전 부문에서 고루 상위권에 포진했는데, 특히 ‘노동’에서 순위가 두드러졌다. 해당 부문에서 태평양을 누르고 김앤장에 이어 2위에 등극했다. 법무법인 광장 노동그룹에는 노동법 전문가 20여 명이 포진했다. 단일 노동그룹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종합 순위 4위는 법무법인 율촌(361점)이, 5위는 법무법인 세종(303점)이 차지했다. 6위는 법무법인 화우(193점)에 돌아갔다. 4위부터 6위까지 순위는 2015년부터 변함없이 율촌, 세종, 화우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율촌과 세종의 순위는 이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조세’ 부문에서 갈렸다. 율촌은 조세 부문에서 김앤장에 이어 2위(48점)를 차지한 반면 세종은 6위(11점)에 그쳐 점수 차가 벌어졌다. 세종은 율촌보다 ‘기업 법무’에서 전반적인 순위가 높게 집계됐다. ‘기업 법무’ 5개 세부 항목 중 ‘부동산’과 ‘해상’, ‘정보통신 미디어’ 등 3개에서 각각 4위를 기록하며 율촌을 앞섰다.
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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