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때문에 못나가, 빨리 구해줘" 아내의 목소리 귓전에 맴도는데…

입력 2017-12-22 18:30  

통곡의 제천 장례식장

문재인 대통령, 하루만에 현장 찾아
희생자 가족·부상자들 위로



[ 강태우 기자 ] “연기 때문에 나올 수 없다며 빨리 구해달라는 아내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해요. 죄책감에 눈물만 나옵니다.”

22일 충북 제천서울병원장례식장.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두손스포리움’ 화재 희생자 14명이 안치된 장례식장 2층 유가족 대기실은 하루 종일 침통했다.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 200여 명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오열했다. 일부 유가족은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희생자 6명이 안치된 인근 제천제일장례식장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2층에 아내의 빈소를 마련한 윤모씨는 “40년 결혼 생활하면서 속상한 일 없이 내조를 그렇게 잘해줬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윤씨 아내는 지난 21일 두손스포리움 2층 목욕탕에 있었다. 아내는 화재를 알게 된 오후 4시6분께 윤씨에게 “목욕탕에 있으니 빨리 와서 구해달라”고 전화했다. 인근에서 일하던 윤씨는 급하게 차량을 몰고 10분 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길과 연기가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아래 층에 빈소를 마련한 한모씨도 화마로 아내를 잃었다. 한씨는 “아내가 한 달에 한두 번 목욕탕에 가는데 하필 그날 불이 나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들에게서 ‘엄마가 연락이 안 된다’고 전화가 왔는데 그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고, 언제 화재가 났고 내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항의하는 유족도 있었다. 사고현장에서 자신만 구조되고 나머지 가족을 잃은 A씨는 화재 감식 지휘본부를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가까스로 구조된 뒤에 보니 소방차 사다리가 8층 높이까지 올라가지 않아 빨리 더 올리라고 했는데 소방대원이 ‘사다리를 다 올린 게 이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며 “결국 그것 때문에 가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출동한 굴절 소방차가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500m를 우회하는 바람에 인명구조가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고현장과 병원을 찾아 소방관을 격려하고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화재 건물 1층에서 작업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연기가 많이 올라왔느냐”고 물은 뒤 “고가차가 못 왔다고 하던데”라며 피해가 커진 상황에 관심을 나타냈다. 현장 구조과장이 “고가차는 원래 3%의 경사만 있어도 전도돼 못 들어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건 나중에라도 고쳐야 하겠다”고 말했다.

제천=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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