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초고가 최첨단 신약들

입력 2017-12-24 00:00  



(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 미국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세 번째 유전자 치료제가 판매 허가를 받았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 스파크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럭스터나’가 그 주인공인데요. ‘RPE65’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발병한 선천성 희귀 망막 질환이 치료 대상입니다.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의 시력을 향상시켜주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합니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세계 6000명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세 번째 유전자 치료제라고는 하지만 럭스터나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와 카이트파마가 앞서 개발한 CAR-T 치료제와는 조금 다릅니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식이지만 럭스터나는 직접 특정 유전자 결손이나 돌연변이를 겨냥해 치료합니다. 이런 개념으로는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죠.

세계 최초인 만큼 가격도 비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가격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제프 마라조 스파크 테라퓨틱스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눈을 모두 치료하는 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지난 8월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와 지난 10월 카이트파마가 개발한 ‘예스카타’는 한 번 치료받는 데 드는 비용이 각각 47만5000달러(약 5억원)과 37만3000만달러(약 4억원)로 책정돼 있습니다. 럭스터나의 가격에 대한 공식 발표가 다음달로 예정돼 있는데요. 만약 럭스터나의 가격이 마라조 대표의 인터뷰 발언처럼 100만달러 근처로 정해진다면 여태껏 세상에 나온 3개의 유전자 치료제는 모두 ‘억(億)’ 소리 나는 가격이 붙게 됩니다.

과연 이런 비용을 부담하면서 최첨단 신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요. 의료계에서는 유전자 치료제들이 출시되기 전부터 높은 가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지나치게 고가인 탓에 보편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도 다양한 판매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환자에 따라 약가를 달리하는 건데요. 노바티스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환자들에게 킴리아를 일단 무료로 처방하고 1개월 내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들한테만 비용을 받는 위험분담형 약가정책 시행을 검토 중입니다.

사실 이런 위험분담형 전략은 고가의 항체의약품에 대해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은 영국에서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벨케이드’를 처방하고 효과가 없으면 환자에게 약값을 환불해 주고 있습니다. 화이자는 영국에서 신장암 치료제에 대해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하고 효과가 있으면 유료로 전환하는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노바티스와 GSK도 이탈리아에서 각각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와 중증 복합 면역부전증 치료제에 대해 효과가 없으면 환불해 주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년에 걸친 시간과 조(兆) 단위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성공했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치료제의 수요자들이 대부분 말기 암환자나 치료할 길이 없는 희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인 만큼 인도적인 접근 역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끝) /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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