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빗살로 빗물 튕겨내
2cm두께 창틀에 끼워서 사용
DIY형 제품도 개발 중
[ 문혜정 기자 ]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가 어렵다. 황인성 벤체 대표는 이런 날씨에도 창문을 조금 열어 두는 소비자에 주목했다. 궂은날 실내 환기를 하려면 들이치는 비 때문에 바닥에 신문지나 걸레를 깔아놓아야 한다.
그는 창호 방충망의 일부에 끼웠다 뺄 수 있는 빗물막이 창 레인스탑(Rain-Stop)을 개발했다. 특정한 각도로 배열된 투명한 빗살들이 외부에서 들이치는 빗물을 튕겨주거나 흘러내리게 해주는 제품이다.
◆시야 가리지 않는 빗물막이 창
창호 관련 회사에 근무하다가 독립한 황 대표는 창호 및 방충망 시장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 모르는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하는 게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며 “방충망시장 규모는 수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는 ‘처마’였다. 한옥의 긴 처마는 여름엔 햇빛을 가려주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막아준다. 황 대표는 주거 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바뀌고 발코니 확장이 보편화되면서 처마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 창호 틀 안에 특정한 굵기와 각도로 빗살을 만들어 배열했다. 폴리카보네이트(PC)로 제작한 투명한 빗살들은 기존 방충망 창호에 끼워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방충망 너머 외부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빗물이 실내로 들이치지 않게 하는 빗살의 각도와 2㎝ 두께의 창틀 안에 끼워 넣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청소는 물티슈로 쓱쓱 닦아내면 된다.
황 대표는 “비가 올 땐 창문을 다 열 필요 없이 5~10㎝만 열어도 시원하기 때문에 방충망 부착형 빗물막이 레인스탑의 폭은 방충망 폭보다 작은 30㎝”라며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레인스탑은 방충망 사업자가 시공해준다. 해체하더라도 기존 방충망에는 피해가 없다. 황 대표는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사다가 설치할 수 있는 DIY형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여섯 개 대리점에서 판매
1990년대 초·중반 대우중공업에서 기계가공 업무를 하던 황 대표는 2000년대 회사를 그만둔 뒤 기계·전기·전자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에 나섰다. 주차설비, 음식물쓰레기 냉장고 등 아이디어가 넘쳤다고 한다. 그러나 첫 회사는 4개월 만에 접었다. 집을 담보로 1억원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지만 개발 자금부터 압박이 컸다. 그는 “시제품을 두세 벌 만들려고 해도 금형 작업에만 50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며 “어렵게 제품을 개발해도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에 본사가 있는 벤체는 수원, 전북, 충북, 대전·충남, 강원 등 전국 여섯 개 대리점을 확보해 레인스탑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건축자재박람회와 아파트 입주박람회 등에서도 참가 요청이 오고 있다. 황 대표는 “창호는 안전과 위생, 인테리어와 미세먼지, 방범 등과 모두 연관돼 있어 소비자 욕구가 다양 해지고 있다”며 “50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거실과 베란다 등 3~4곳에서 더 편리하게 환기를 하고 비가 들이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포=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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