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손가락 절단 극복 기술 장인
나로호 발사체·항공엔진 개발 참여
'기능올림픽 메달제조기'로 통해
"기술 뛰어나도 인성부터 갖춰야"
[ 안대규 기자 ]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주변 환경 탓을 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기술명장인 황해도 한화테크윈 외주구매팀 부장(53·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부모 탓, 가정환경 탓만 했더라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화테크윈에서 34년간 근무해온 그는 기계가공 분야의 국내 대표 기술 장인이자 ‘기능올림픽 메달 제조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많은 역경을 헤쳐온 남다른 인생 여정 덕분에 회사 내에선 ‘멘토’로 더 유명하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그는 중졸 학력으로 철공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일자리도 처음엔 쉽게 얻지 못했다. 낮은 학력을 이유로 채용을 거절하던 철공소 사장을 밤늦게까지 기다려 읍소해야 했다. 또 철공소 생활 초기엔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도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한다. 근로자들이 모두 퇴근한 뒤 혼자 남아 기술을 연마했다. 그는 “밤에 몰래 기계를 돌리다가 선배한테 들켜 두들겨 맞기도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0대 중반엔 기계 작업 중에 왼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겪었다. 다행히 수술로 봉합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 다시는 기계를 만지지 않겠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트럭을 빌려 배추 장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은사의 꾸지람을 듣고 다시 기계 일을 하기로 하고 1990년대 초 한화테크윈의 전신인 삼성정밀공업에 입사했다.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는 대졸 신입사원들로부터 퇴근 후 과외를 받아가며 대학에 진학했고 고등 기술을 익혀 7개의 기술 자격증을 따냈다. 인공위성 나로호 발사체와 항공기 엔진 개발에 참여하며 한화테크윈에서 기계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그동안 사내에서 100여 건의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품질개선 활동을 주도했다. 2003년 기술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뒤에는 후배 기술인 양성에 나섰다. 그가 지도한 한화테크윈 후배들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 7개, 은 3개, 동 1개 등 모두 11개의 메달을 따내 한국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협력업체에 기술을 전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오찬에 초청받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지난달엔 한화그룹을 대표해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주자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황 부장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먼저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고달팠던 경험을 토대로 기술인력 양성에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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