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화학이 끌고 전장이 밀고… 진격의 LG

입력 2017-12-24 17:59   수정 2017-12-25 07:00

LG그룹,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 증가율 1위

시가총액 SK 40%·신세계 39%·포스코 27%·삼성 26% 증가
4분기 시총 증가율 신세계 1위… 수출주서 내수주로 수급 이동
"내년 현대차·롯데 반등 가능성"



[ 송종현 기자 ] 시가총액은 기업의 현재 성과(실적)와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LG그룹의 시가총액이 올해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건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재평가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고른 성과 낸 LG그룹 ‘빅3’

LG 계열사 중 시가총액 3인방으로 꼽히는 LG화학(지난 21일 기준 시가총액 27조6016억원) LG생활건강(18조5388억원) LG전자(16조2502억원)가 올 들어 고르게 몸값을 불렸다. LG전자 증가율이 92.44%로 가장 높았고, LG화학(59.57%) LG생활건강(38.50%)이 뒤를 이었다.

이들 3사는 모두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조5535억원, LG화학은 2조9957억원, LG생활건강은 9346억원이다. 작년보다 각각 90.87%, 50.39%, 60.9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주력사업인 가전과 석유화학에서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늘린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 성과도 가시화 됐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의 전지사업 부문은 지난 2분기 7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6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LG전자의 전장 사업도 내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들어 뒤바뀐 순위

3분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정보기술(IT)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글로벌 경기민감 업종에 속한 회사를 핵심 계열사로 둔 그룹의 시가총액 증가율이 높았다. 올 들어 3분기 말까지는 SK그룹이 시가총액을 43.62% 불리며 1위였다. LG그룹(3분기 말까지 시가총액 증가율 31.87%) 삼성그룹(29.69%) 포스코그룹(20.61%) 등이 뒤쫓는 형국이었다.

4분기 들어 변화가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이 약진하며 ‘재계 시가총액 지도’를 다시 그렸다. 신세계는 3분기 말 9조268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을 12조45억원으로 늘렸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증가율 29.52%로 다른 그룹들을 압도했다.

4분기에 시가총액을 늘린 곳은 신세계를 비롯해 LG(8.49%) 포스코(5.90%) 현대자동차(2.78%) 등 4개 그룹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시의 관심이 4분기 들어 글로벌 경기민감 업종에서 내수업종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지주회사 체계를 도입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상장 계열사에 큰 변화가 생겨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내년엔 현대차·롯데그룹주 ‘주목’

내년 시가총액 증가율 순위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증권업계 관측이다. 내수업종에 속한 계열사가 주력인 그룹의 약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내년엔 글로벌 보호무역 추세가 강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효과로 민간소비가 전체 경제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4분기 신세계그룹이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런 전망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컨센서스가 있는 4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올해 10.77%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엔 16.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적 기저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룹의 반등 가능성도 기대된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의 여파로 올해 실적이 악화됐다.

현대차그룹은 9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내년에 22.9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0대 그룹 중 내년 예상 증가율 1위다.

롯데도 올해 4.25%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4개 계열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내년엔 7.89%로 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쇼핑의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역사적 저점인 0.37배에 머무는 등 상당수 계열사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 상태란 평가를 받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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