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 대신 전통문화 육성"
[ 강동균 기자 ] 중국 공산당이 크리스마스 행사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서양문화가 퍼지는 것을 막고 중국의 전통문화를 육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세계에서 사용되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의 3분의 2를 생산하고 있다.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공산당의 청년 엘리트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지난 18일 후난성 난화대 공청단 학생들에게 성탄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행동수칙에 서명할 것을 지시했다.
공청단은 성명에서 “공산당원은 공산주의 신념을 따르는 모범이 돼야 한다”며 “미신, 아편과 같은 서방 정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원이나 직계 가족이 크리스마스이브와 성탄절 당일에 종교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랴오닝성 선양약대와 장쑤성의 한 대학 공청단도 성탄절을 비롯해 서양 종교와 관련한 활동에 참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후난성 제2의 도시인 헝양에서도 당원의 종교 행사 개최를 금지하고, 당 간부의 직계 가족이 성탄절 전야 모임이나 성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차단했다. 일반 시민이 크리스마스이브와 성탄절 당일 거리에 모이는 것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선 매년 성탄절을 기념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올해는 공청단과 대학을 중심으로 성탄절 문화를 배격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반발도 적지 않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선 “서양의 기념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성탄절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법정 공휴일이 아니다. 1949년 공산당 주도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이후 종교를 배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문화를 접한 것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트리 등 성탄 장식이 거리를 메우고 호텔, 음식점도 크리스마스 행사를 앞다퉈 열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선 올 한 해에만 60만 개가 넘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300만 개의 장식물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성탄 행사를 단속하는 것과는 달리 중국 정부는 전통 명절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중화 우수 전통문화 전승과 발전을 위한 공정(工程)을 시작했다. 춘제(설), 원소(정월대보름), 청명, 단오, 칠석, 중추(추석) 등 전통 명절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세시풍속을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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