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들이 이주하지 않는 충북혁신도시

입력 2017-12-25 00:00  



(김형규 건설부동산부 기자) 올해 충북혁신도시에 이주한 공공기관 직원이 20여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출·퇴근을 위한 전세 버스 운영 비용은 한해 14억8500만원에 달했습니다.

충북혁신도시에선 평일 출퇴근 시간에 맞춰 18대의 45인승 버스가 움직입니다. 서울 영등포, 양재 등 각지의 자택으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해서입니다. 이전해 온 공공기관이 기존에 상주하던 지역부터 충북혁신도시까지 운행합니다. 2014~5년에 이전한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부터 시작된 전세 버스 운영은 현재 8개 기관 직원들이 이용합니다. 하루 운영 비용은 35만원. 평균 16~18대의 버스를 평일 근무일 기준 250일 운영하면 연간 14억85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충북도청의 지원 없이 공공기관끼리 자금을 모아 비용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사택이 없는 한국교육개발원이 가장 많은 6대의 버스를 이용합니다.

반면 올해 이주한 인구는 20여가구에 불과합니다. 20일 충북도청에 따르면 올해 이주 직원 정착금으로 공공기관에 지원된 비용은 2000여만원입니다. 정착금은 충북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이 직원 신청을 받아 가구당 100만원을 지원합니다. 지난해 말 8개 공공기관 직원 1873명 중 출퇴근 인원은 945명으로 전체 50.5%에 불과합니다. 주거인원은 928명, 가족과 함께 정착한 직원은 350명에 그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충북혁신도시 지원 예산은 각각 2억원입니다.

충북혁신도시의 미분양 주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충북 음성군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10월 717가구로 1월(616가구)에 비해 100가구 늘었다. 진천군은 같은 기간 645가구에서 451가구로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충북혁신도시의 3.3㎡당 분양가가 다른 혁신도시에 비해 60~70% 선임에도 이주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악성 미분양이 발생한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입니다. 2014년 5월부터 아파트 입주를 시작했으나 정주 여건이 미진한 탓에 공공기관 직원들은 이주를 외면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 관계자는 “이주를 위한 지원 비용이 지나치게 적다”며 “미분양 등이 생길 게 불 보듯 뻔하니 이 지역에서의 사업을 꺼려한다”고 전했습니다.

입주한 한 공공기관의 과장급 직원은 “서울에서 충북혁신도시까지 통근시간만 최대 2시간 걸린다”며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고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다른 직원은 “충북혁신도시 입주가 늦어지자 환락가 등만 자리잡았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런 도시에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통근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끝) /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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