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기준 2만8000원, 영화관보다 비싸
"재미는 있는데 힘들고 좁아요"…가성비 따진 재방문 의사는 '글쎄'
지난 21일 저녁 서울 지하철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골목. 'VR게임방' 'VR카페' 간판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에도, 아르바이트생 등에 붙은 광고판에도, 주변은 온통 'VR(가상현실)'로 가득?다.
친구와 눈앞에 보이는 A VR게임방에 들어가봤다. 인형뽑기 기계를 지나 좁은 계단을 올라가다보니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두컴컴하면서 그리 넓지 않은 VR게임방이 계단 끝에서 나타났다. 입구 옆에서 2인 기준 1시간에 3만50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헉' 소리가 나왔다. 둘이서 주말 영화 한 편을, 팝콘과 음료 세트인 '콤보'를 먹으면서 볼 수 있는 가격이었다.
다른 곳의 가격대는 어떨지 궁금해 A 게임방을 빠져나와 근처 B 게임방으로 향했다. 2인 기준 1시간에 2만4000원, 주문이 필수인 음료(1인당 2000원)까지 포함하면 총 2만8000원이었다. A보다는 저렴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A는 한 방에 기기 2대가 있어 2명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B는 기기 1대를 번갈아 쓰는 방식이었다.
결제를 하고 직원을 따라 방을 찾아가는데 마치 노래방에 온 기분이었다. 직원은 주의할 점, 기기 착용법 등을 간단히 알려주고 퇴장했다. 다소 막막한 느낌이었지만 일단 헤드셋을 착용하고 재밌어 보이는 스키 게임을 실행했다.
콘트롤러를 쥔 두 손을 앞뒤로 휘저으니 스키에 가속이 붙었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면 방향이 전환됐다. 눈 앞에 펼쳐진 설경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실제로 스키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스키장에서는 엄두도 못낼 점프도 시도해봤다. 점프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다른 게임들도 게임 속 화면이나 경험이 실제처럼 생생했다. 눈앞으로 달려오는 좀비들에 비명이 나왔고, 놀이기구를 탈 때는 양손의 콘트롤러를 꽉 쥐었다. 번지점프, 고층빌딩 걷기 체험에서는 한발을 내딛기가 무서웠다. 활쏘기나 권투처럼 평소 해보지 못했던 스포츠도 직접 하는 것처럼 실감이 났다.
"이거 재밌다"는 생각도 잠깐, 무거운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좀비 사냥에 집중한 탓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B 게임방에 사용하고 있는 VR 기기는 HTC의 바이브(VIVE)였다. 무게는 555g. 손으로 들었을 때도 제법 묵직했다.
헤드셋을 친구에게 넘기고 급하게 앉을 곳을 찾았다. 짧을 것 같았던 1시간도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헤드셋 쟁탈전을 벌이던 친구와 기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에게 헤드셋을 넘기기 바빴다. "혼자서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서비스로 1시간 더 드리겠다"는 직원의 말이 이해가 됐다.
게임방마다 다르겠지만 기자가 다녀온 두 곳은 모두 VR게임을 마음놓고 즐기기에는 공간이 협소해 보였다. B 게임방에서 배정 받은 방은 오락실 동전노래방 3~4개 정도를 붙여 놓은 크기였다. 권투나 번지점프 처럼 이동이 많은 게임의 경우 몇 발 떼다보면 금방 벽에 부딪혔다. 벽 곳곳에는 앞서 다녀간 플레이어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스크래치가 뚜렷했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에서는 VR게임장이 하나의 복합 놀이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 VR게임방은 올 들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높은 창업비용 탓인지 생태계 확장은 더디다. VR게임방은 VR 기기는 물론 고사양 PC와 시뮬레이터같은 주변 기기들이 필요하다. 손님 1인당 쓰는 매장 면적도 PC방보다 훨씬 넓다. 문제는 이같은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PC방이나 모바일게임에 질렸다면 VR게임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추운 날씨에 영화관 데이트가 싫증난 연인들에게도 한 번쯤 추천할 만하다. 다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개인이 판단해야할 부분이다.
2000년대 PC방 시장의 성장은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리니지' 같은 인기 게임의 탄생이 PC방 창업붐에 일조했고, PC방은 고사양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2017년 현재 VR게임과 VR게임방은 태동기다. VR게임방이 찻잔 속 태풍이 되지 않으려면 유행에 편승한 창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한 듯 보인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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