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한국 직장인, 연차휴가 15일 중 10일만 썼다

입력 2017-12-25 20:54  

"업무가 바빠서… 상사·동료 눈치 보여서"

익스피디아, 30개국 조사
"모두 소진" 50% 첫 돌파
6년 만에 꼴찌 탈출했지만
여전히 마음놓고 휴가 못가



[ 이선우 기자 ] 한국 직장인은 올해 평균 15일의 연차휴가 중 지난해보다 이틀 늘어난 10일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어진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한 비율도 올해 처음으로 절반이 넘는 51%를 기록했다. 연차휴가는 근로기준법상 해마다 회사가 직원에게 주도록 규정한 유급휴가다. 1년 중 80% 이상을 근무한 경우 15일을 보장해야 하며 근속기간에 따라 2년마다 1일씩 추가돼 최대 25일이 주어진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세계 30개국 1만5081명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유급휴가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국 전체 직장인의 평균 연차휴가 일수는 24일로 이 가운데 실제로 사용하는 연차휴가는 평균 20일이었다. 태국이 8일로 최하위에 머문 가운데 일본과 대만이 한국과 같은 10일을 기록했고, 독일과 프랑스, 핀란드 등은 평균 30일을 기록했다.

한국은 올해 5월과 10월 최장 열흘에 가까운 장기 연휴가 이어지면서 6년 만에 처음 연차휴가 사용 일수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났다. 하지만 직장 근로자가 마음 놓고 휴가를 떠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은 바쁜 업무와 대체 인력 부족이 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호주(37%)와 핀란드(26%)는 내년에 장기 휴가를 가기 위해 아껴둔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아 대조를 보였다. 캐나다와 멕시코, 노르웨이는 연차휴가 권장률이 전체 평균인 67%보다 높았지만 한국은 51%로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상사 또는 동료의 부정적 평가로 인해 연차를 모두 소진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한국은 61%로 전체 평균인 2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휴가 만족도에서도 한국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국 직장인은 휴가기간 일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좋다는 답변이 전체의 70%를 차지한 반면 다른 나라 응답자는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66%로 가장 많았다.

휴가 이후 행복감이 커지고 가족과의 친밀감, 업무 집중도가 높아져 긍정적인 효과를 본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7%에 달했지만 한국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에 불과했다. 휴가기간에 회사 업무를 처리한다는 답변도 전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61%에 달해 회사 업무에 대한 부담이 한국 근로자의 휴가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캐서린 소 익스피디아 동북아시아 지역총괄 대표는 “최근 1~2년 새 휴가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3~4일짜리 단기 휴가보다 1주일 이상 장기 휴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새 비즈니스와 레저가 결합된 블레저(bleisure)가 새로운 여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출장에 연차를 붙여 휴가를 즐기고 싶다는 응답자도 73%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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