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우 기자 ] 서울 송파구 S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A교사(36)는 지난 18일 B형독감 진단을 받아 병가를 신청했지만 교장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진단서와 함께 5일간 격리가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를 냈지만 B교장은 막무가내로 출근을 지시한 것. 마침 병원에서 A교사를 목격한 한 학부모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 3일 병가를 허락받았지만 그는 교장으로부터 “왜 학교 근처 병원을 가서 학부모에게 들키느냐”며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26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행정규칙인 교원휴가업무 처리 요령에 따라 ‘감염병에 걸린 교원의 출근이 다른 교원이나 학생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병가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상위법인 국가공무원법은 병가 등 휴가에 대한 결정권을 기관장(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독감 등 감염병은 학생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인데 전문가도 아닌 교장이 전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종인플루엔자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전파 위험이 높은 감염병에 걸리면 입원(격리)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B형 독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메르스도 격리 대상 1369명, 휴교 학교가 2704곳에 달한 2015년 사태 이후에야 관리 대상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리 대상 감염병은 교장 허락이 없더라도 보건당국의 판단으로 강제 격리가 가능하지만 독감은 아직 이런 제한이 없다”며 “다만 올해 제정된 인플루엔자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업무를 제한하도록 권고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관련 매뉴얼은 있지만 역시 권고사항이라 교육청에서도 학교장의 판단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독감이 급속도로 번지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B형 독감 환자는 지난 3~9일 외래환자 1000명당 19명으로 그 전주(11.5명)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7~12세 49.2명 △13~18세 50.9명 등 학교를 다니는 아동·청소년기에 감염자가 집중돼 있다. 문제가 된 S초등학교에서도 전교생 700여 명 중 독감 확진 학생이 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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