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밝은 미래 만들기

입력 2017-12-26 18:19   수정 2017-12-27 06:38

조은희 < 서울 서초구청장 gracecho@seocho.go.kr >


각종 사건 사고로 어수선한 세밑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빗물과 눈물에 젖은 채 지나갔다. 새해에는 삶이 더 어려워질 거라는 전망은 사람들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어두운 세상에도 밝은 소식은 있게 마련이다. 최근 사례 하나를 꺼내 희망의 사다리를 그려본다.

사업이 세 번 엎어졌단다. 하늘이 세 번 무너진 것이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붙잡았다. 이 악물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사장님 소리를 듣던 그였지만 체면은 접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다고 했던가. 허리를 다쳤다. 가정은 깨졌고 월세방에 혼자 내팽개쳐졌다. 가스비를 못 내 난방도 끊어지고 희망의 온기도 사라져갔다. 극단의 선택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천사는 뜻밖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가스검침원이 그의 사연을 듣고 구청에 알렸다. 긴급 복지지원이 시작됐다. 차상위 계층을 위한 자활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50대 중반인 그는 서초지역자활센터 세탁사업단에서 일하며 절망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실패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실패가 삶의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기하도록 돕는 것은 한 생명과 가정을 살리는 일이다. 나아가 한 사람의 재기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많을수록 유연하고 역동적인 사회다. 성공은 도전과 시행착오 끝에 얻어진다. 실패에서 얻는 생생한 경험은 책을 통한 간접경험과 비교할 수 없는 사회의 소중한 지적 재산이 된다.

서초구는 도전하고 재기할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새해부터 ‘밝은 미래국’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했다. 출생에서부터 아동, 청장년, 노년까지 생애 주기별로 맞춤형 복지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저출산과 청년실업, 고령화 문제, 양극화 등 이 시대의 구조적 실패들을 좀 더 포괄적 관점에서 ‘밝은 미래’라는 키워드로 풀어보자는 취지다. 금수저와 흙수저, N포세대, 사오정과 오륙도 같은 프레임에 갇혀 좌절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주어질 때 모두가 바라는 밝은 미래는 다가온다.

작가 로맹 롤랑은 “태양이 없을 때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라고 했다. 희망이 없다면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책과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맡겨진 임무일 것이다. 기회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서 찾아온다고 한다. 희망도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새해 희망이 절벽처럼 비쳐진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보자. 실패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때 우리 모두의 밝은 미래는 열릴 것이다.

조은희 < 서울 서초구청장 gracecho@seocho.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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