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연 6.3% 성장 감내 시사
내년 통화량 최대한 억제할 듯
[ 강동균 기자 ]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부채 축소’를 설정한 중국이 지방정부와 기업,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경제 성장도 희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통화량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웨이민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사무처 부총장은 지난 주말 열린 회의에서 “부채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까지 연평균 6.3% 성장도 용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재경영도소조는 공산당 산하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로 금융·환율·통화정책 등을 총괄한다. 영도소조는 부처를 초월해 포괄적인 권한을 갖는 태스크포스를 말한다.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맡고 있다. 양 부총장은 지난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장(黨章·당헌)에 명기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집필한 다섯 명의 ‘브레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양 부총장은 “중국 정부는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며 “앞으로 3년 동안 연평균 6.3% 정도만 성장해도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위험을 내버려두면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미치는 체계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채 비율이 계속 오르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8년 140%에서 지난해 260%로 두 배가량으로 치솟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세운 13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6.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은 6.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정책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3년간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를 부채 축소를 통한 금융위기 방지에 두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부채 축소 정책이 시행되면 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과 부동산 투자 둔화 등으로 이어져 내년 성장률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또 내년 광의통화(M2) 증가율 목표치를 역대 최저치인 9% 수준으로 정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앙경제정책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당·정 지도부가 부채를 축소하고 자산시장의 거품을 없애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제시한 올해 M2 증가율 목표치는 12%다. 지난달까지 중국의 M2는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쉬중 인민은행 연구부장은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지방정부의 파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전문 매체 제일재경에 실린 기고문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부채를 보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며 “미국 디트로이트시와 같은 방식의 파산으로 오히려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쉬 부장의 이런 주장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부채를 구제할 것이라는 ‘환상’을 없애겠다는 중국 재정부의 최근 경고와 궤를 같이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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