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요계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그룹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유럽, 미주 시장까지 활약하며, 주춤했던 K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 때 K팝을 이끌던 2세대 걸그룹 원더걸스, 씨스타, 미쓰에이가 해체를 선언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녀시대도 일부 멤버가 소속사를 나가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불투명하다. 이는 걸그룹 세대교체가 더욱 가속화했다. 걸그룹 3세대 레드벨벳, 블랙핑크 등은 올 한해 활약하며 걸그룹의 명맥을 이어갔다.
◆ K팝 한류 이끈 방탄소년단·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은 K팝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로 K팝이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적은 없었다. 팝의 성지인 미국을 흔든 방탄소년단은 동시대 청춘의 이야기를 담아 공감대를 형성했다. 절도있는 퍼포먼스 또한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이들은 지난 5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에서 저스틴 비버의 6년 연속 수상 기록을 깨고 '톱 소셜 아티스트' 트로피를 거머줬다. 이어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초청받아 공식적인 미국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미국 빌보드가 11월 발표한 '소셜 50' 차트에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은 북미 투어 티켓 예매 시작부터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이런 인기를 증명하듯 미국 유명 토크쇼에 잇따라 출연했고, 영국 BBC는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에 방탄소년단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올해 매출액은 약 6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빅히트 방시혁 대표는 내년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2019년 초쯤 증시에 입성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와이스는 올해 원톱 걸그룹의 위상을 증명했다.
이들은 'TT(티티)', '낙낙(KNOCK KNOCK)', '시그널(SIGNAL)', '라이키(Likey)', '하트 셰이커(Heart Shaker)' 등 연속 히트곡 홈런을 쳤다. 국내 음악방송에서 총 '33관왕'에 오르는 위엄을 과시했다.
일본 진출도 성공적이였다. 트와이스는 일본 오리콘이 집계한 연간 랭킹에서 신인 아티스트 토털 세일즈 1위, 일본 첫 싱글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으로 신인 아티스트 싱글 랭킹 1위(25만 장), 일본 데뷔 베스트 앨범 '#트와이스'로 신인 아티스트 앨범 랭킹 1위(27만 장)에 각각 오르며 3관왕을 달성했다.
또 일본 대표 연말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을 확정했다. 이는 2011년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후 6년 만에 초대된 한국 가수다.
오리콘은 트와이스가 음악 소프트웨어(싱글, 앨범, DVD, 블루레이 디스크) 총 매출 15억4천만엔(한화 약 146억7천만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 적수없는 신인 워너원…예능·광고 러브콜 쇄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워너원(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은 '괴물 신인'으로 불린다.
지난 8월 2만석 규모의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무대를 연 이들은 데뷔 앨범 '1X1=1(TO BE ONE)'은 판매량 73만3천장, 리패키지 앨범 '1-1=0(NOTHING WITHOUT YOU)'은 26만7천장 넘게 팔렸다. 2000년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 데뷔 앨범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워너원은 데뷔곡 '에너제틱((Energetic)'과 리패키지 타이틀곡 '뷰티풀(Beautiful)'로 총 15관왕을 기록했다. 기세를 이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멜론 뮤직 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기도 했다.
특히 워너원은 2017년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보이그룹 브랜드평판 분석결과 1위를 차지했다.
관계자는 "워너원 멤버 개인들의 브랜드가 강화되었다"고 전했다. 그 중 멤버 강다니엘은 5개월 연속 개인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광고계의 뜨거운 러브콜로 이어졌다. 워너원은 화장품 광고부터 초콜릿, 게임, 학생복 등을 두루 섭렵했고, 이 제품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반년 만에 3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한류스타로도 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워너원의 최종 매출액이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도깨비OST·윤종신 등…"2017 음원차트 다양성 공존"
한국음악콘텐츠협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음원 판매를 나타내는 각종 차트에서는 에일리가 부른 드라마 '도깨비'의 OST가 1위를 기록했고 아이유 '밤편지', 윤종신 '좋니'가 각각 2, 3위로 집계됐다.
협회 측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가요계는 발라드와 댄스곡의 비중이 늘었으며 힙합, OST, 알앤비 등의 장르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에 가장 사랑받은 음원이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도깨비OST)였다면, 하반기의 주인공은 단연 윤종신이다. 이처럼 올해는 비(非)아이돌 음악에 대한 성과도 두드러졌다.
에일리는 tvN 드라마 '도깨비' OST 곡으로 상반기 차트를 장기간 발라드 감성으로 적셨고, 윤종신은 지난 6월 발표한 신곡 '좋니'로 7개 디지털음원차트 1위를 했다. 발매 당시, 100위권으로 진입했던 '좋니'의 순위는 소셜 공유로 단숨에 정상으로 치솟았다. 입소문으로 SNS에 퍼지며 차트를 역주행한 케이스다.
4년 만의 정규 앨범 '팔레트'와 '꽃갈피 둘'을 들고 돌아온 아이유는 여전히 건재했다. '팔레트'는 그 어느 때보다 아이유 자신을 진솔하게 담아낸 앨범이다. 타이틀곡 '팔레트'뿐 아니라 '사랑이 잘', '밤편지' 등의 수록곡들도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두 장의 음반으로 연속된 메가히트를 기록해 온 그는 이날 '올해의 TOP10', '송라이터상'을 비롯해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김현진 한경닷컴 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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