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자는 담합해도 된다"는 공정위 발상, 문제 있다

입력 2017-12-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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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그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원청업체의 전속거래 강요와 기술 유용 등에 대한 제재와 배상수준을 대폭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투명한 하도급 관행을 뿌리내려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 피해를 막겠다는 공정위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선의의 목적’을 이유로 사적거래에 과도하게 개입해 과잉 처벌을 가하겠다는 것은 우려스럽다. 대표적인 것이 원청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대한 처벌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피해액의 최고 3배에서 10배로 크게 높였다. 우리나라처럼 ‘실(實)손해 배상’이 원칙인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국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경우는 거의 없다. ‘10배 배상’은 미국 등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나라에서도 드물다.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중복·과잉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규모 하도급 업체들의 담합을 인정하겠다”는 공정위 방안도 문제 소지가 많다.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모호해 법 해석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적지 않다. “일부 담합이 법으로 인정돼 있고, 독일과 일본에선 비슷한 내용이 법제화돼 있다”는 공정위 설명도 일부 사실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이 인정되는 경우는 산업 구조조정, 불황 극복,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독일과 일본에서도 일부 담합 허용은 하도급 업체 보호보다는 소비자 편익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에 나설 유인을 떨어뜨려 정상적인 가격 인하 노력까지 막을 수 있다. 혁신 노력을 소홀케 하는 부작용이 걱정스럽다. 글로벌 기업과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대기업이 더 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큰 손실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쟁법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의 소신과 어긋나는, ‘경쟁이 아니라 경쟁자’를 위하는 담합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뿐이다. 보호에서 경쟁과 육성으로 나아가는 중소기업 정책과도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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