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보유한 현금이 올해 들어 10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다른 투자처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계가 그나마 손실이라도 면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3577조552억원이었다.
그중 현금은 78조2559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가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말(68조2614억원)보다 9조9945억원 증가했다.
가계의 현금 보유는 부쩍 늘고 있다.
2016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가계 보유 현금 증가율(전기 대비)이 금융자산 증가율을 밑돈 적은 올해 2분기 한 차례뿐이다.
3분기에는 현금 증가율이 9.1%로 금융자산 증가율(1.3%)의 7배에 달했다.
아울러 3분기 가계 보유 현금은 전 분기보다 6조5536억원 늘어 분기 기준으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 중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4분기 1.1%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상승해 올해 3분기엔 2.2%까지 확대됐다.
가계가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안전 자산 선호와 관련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화폐 투자 광풍 속에서도 일부에선 여전히 거품을 우려하며 몸을 사리고 있는 가계도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2015년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 38.7%는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현금 보유를 늘리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자산에 비해 손실 우려가 덜한 안전 자산인 현금을 선호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계 현금 보유 증가는 고령화가 심화하는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의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월 소득 대비 현금보유액 비율은 16.4%로 전체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고령층의 현금 선호 경향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다"며 "향후 고령화 진전이 화폐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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