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주행 감성에 정숙성 놓쳐
뒷좌석 착좌감 뛰어나
국내 고급 대형 세단 시장은 독일 자동차 업체의 철옹성과 같다. 그동안 여러 수입차 브랜드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렉서스코리아가 이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11년 만에 완전 변경(풀 체인지)된 신형 ‘LS 500h’(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1일 신형 LS500h를 타고 인천 영종도 부근 72㎞를 달렸다. 플래그십(최상위) 세단에 주행의 재미를 더한 시도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과도한 목표를 세운 탓에 제 색깔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컸다.
신형 LS 500h는 큰 변화를 겪었다. 새로운 플랫폼(차량 뼈대)을 기반으로 엔진 위치를 뒤로 밀어냈다. 전고(차량 전체 높이)와 후드(엔진룸 덮개), 시트 포지션은 30㎜씩 각각 낮췄다. 저중심 설계와 중량 배분 균형감을 보완한 것이다.
특히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을 넘어 달리는 즐거움을 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사히 토시오 렉서스 수석엔지니어는 신차 발표회에서 “스티어링 휠(운전대) 응답성과 가속력, 엔진 소리 등에 신경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시승해 봤다.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거니 각종 작동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자 하이브리드카(HEV)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느껴졌다.
속도를 높이자 엔진이 작동, ‘부웅’ 하는 큰 소음이 들렸다. 마치 기어 단수가 맞지 않은 듯 듣기 좋은 엔진 배기음은 아니었다. 인위적인 주행 감성은 정숙성이 뛰어난 최상위 하이브리드 세단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
가속력은 경쾌했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세게 밟아도 쭉쭉 뻗어 나갔다. 시속 100㎞를 넘어서도 여유가 넘치는 느낌이다. 신형 LS 500h는 6기통 3.5L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장착했다. 시스템 총 출력 359마력, 최대 토크 35.7㎏·m의 힘을 발휘한다.
맞물리는 4단 자동변속기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모의로 10단까지 제어할 수 있지만, 주행 성능을 뒷받침하긴 부족할 뿐더러 엇박자를 냈다. 코너를 돌 때는 2370㎏의 공차 중량이 버겁다. 차체 뒤쪽이 두세 박자 느리게 반응하면서 이리 저리 끌려다녔다.
뒷좌석은 넓고 안락했다. 휠베이스(축간 거리)가 이전 모델보다 35㎜ 늘어난 덕에 레그룸(발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은 1022㎜로 넉넉하다.
항공기 1등석을 본떠 만든 시트는 22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어떤 자세에서도 편안한 착좌감을 줬다. 공기 주머니를 활용한 지압 기능은 쌓이는 피로를 덜어줬다.
다만 엔진 소리는 뒷좌석 공간에서도 꽤나 귀에 거슬려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다. ‘고성능 라인업을 별도로 구축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신형 LS 500h는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하이브리드카가 지루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갈수록 낮아지는 주요 구매층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차는 최상급 세단과 주행 성능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줬다.
운전하는 동안 급가속을 반복해 연비는 5.6㎞/L를 기록했다. 공식 복합 연비는 L당 10.6㎞(4륜 구동 기준).
가격은 1억5100만~1억7300만원이다. 렉서스코리아는 내년 2분기께 10단 자동변속기를 단 가솔린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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