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비핵 평화론' vs 김정은의 '핵무장 평화론'
자주적 남북교류 강조하며 '핵 인정' 전제… 속내 달라
'위장 평화론'에 그칠 수도
[ 정인설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평화론’과 ‘한반도 전쟁불가론’을 주장했다. 겉으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남북관계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만 북한은 자체 핵을 인정하라는 논리를 펼친다. 결국 문 대통령의 ‘비핵 평화론’과 김 위원장의 ‘북핵 평화론’이 한반도 정세 주도권 경쟁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면 능히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해나갈 수 있다”며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나가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또 자주적 남북교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남 당국이 그 어느 때보다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시대와 민족 앞에 지닌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북남관계는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 내부 문제이며 북남이 주인이 돼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외견상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고 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남한을 배제해온 종전의 북한 입장과 달라진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평화론은 북한의 핵무장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입장을 두고 ‘위장 평화론’이나 ‘무늬만 전쟁불가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올해 내내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 평화론’과 북한이 강조하는 ‘북핵 평화론’이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계속 갈등할 것”이라며 “그 안에서 나름대로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가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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