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금융업서 손떼는 '벤처투자 신화' 권성문

입력 2018-01-03 17:33   수정 2018-01-04 14:29

KTB투자증권 경영권분쟁 막 내려

지분 18.7% 부회장에 넘겨



[ 김태호/홍윤정 기자 ] ‘벤처투자의 신화’로 불리는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사진)이 20년 만에 금융업에서 손을 뗀다. 자신이 보유한 KTB투자증권 지분 18.76%를 2대 주주이자 공동 경영의 파트너였던 이병철 부회장에게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5개월간 이뤄진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도 막을 내리게 됐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KTB투자증권을 공동 경영해온 이 부회장이 기존 최대주주인 권 회장 지분 18.76%를 662억원에 인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막판까지 비가격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지만 이날 오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권 회장 측은 모든 임직원들에 대해 3년간 임기를 보장하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난달 매입한 KTB투자증권 지분 5.52%도 이 부회장 측이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매입 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매입 시점까지 시중금리를 적용한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들어줄 필요도 없고 매우 불리한 조건들이었지만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인수합병(M&A) 관점에서 매도자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KTB증권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이 부회장이라 생각했고, 서로 많은 양보 끝에 합의점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추가 지분 5.52%까지 인수하면 권 회장은 이 지분에서만 20억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하게 된다. 매각대금 662억원을 합치면 7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 5.52%에 대한 차익은 회사로 반환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KTB증권 지분 38.2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권 회장은 지난달부터 이 부회장이 아니라 제3자에게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1324만4956주(18.76%)를 주당 5000원(총 662억원)에 매각하는 조건이었다. 지난달 19일 제3자와 이 같은 계약을 체결했고 우선매수권을 가진 이 부회장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 부회장은 같은 조건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고 자동으로 권 회장 지분을 이 부회장이 인수하는 계약이 성립됐다.

2일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알렸다. 하지만 권 회장 측은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양측이 2016년 4월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이 권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계약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했음에도 해당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매각대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1990년대 벤처투자의 신화로 불린 인물이다. 1999년 한국 최대의 벤처투자 전문 공공기관이던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네트워크)을 인수하면서 제도권에 진입했다. 200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업 신규 허가를 받아 지금의 KTB투자증권이 탄생했다.

이 부회장은 다올신탁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동산 그룹장 등을 거친 부동산 투자 전문가다. 2016년 7월 KTB투자증권 공동 대표로 합류했다.

경영권 분쟁서 승리한 이병철 부회장 "회사 정상화에 매진"

KTB투자증권 최대주주에 오른 이병철 부회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개월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가 이 같은 문제에 휩싸여 죄송하다”며 자주 고개를 숙여왔다.

이 부회장 취임 이후 KTB투자증권의 경영 실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이후 일부 사업들이 보류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분쟁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는 게 회사를 살리고 임직원들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부회장이 권성문 회장의 요구 조건들을 통 크게 수용한 이유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이 부회장의 끈기와 뚝심이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오랜 경영권 분쟁 기간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회사”라며 “이른 시일 안에 회사를 정상화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게 시급한 일이라는 판단에 (권 회장이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임직원들에 대한 믿음도 나타냈다.

그는 “KTB투자증권은 임직원들의 자질이 매우 뛰어난 회사”라며 “임직원들과 함께 막혔던 사업을 정상화해 더 성장하는 증권사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호/홍윤정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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