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마초와 담배

입력 2018-01-03 17:46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대마초(마리화나)가 기원전 2700년께부터 약재로 쓰였다는 사실이 중국 역사기록물(의학개론)에 남아 있다. 기원전 1500년께 인도 경전은 대마초를 ‘행복의 근원 또는 웃음을 일으키는 약물’로 기록했다. 대마초는 근 200년 전까지 주로 치료 목적의 진통제로 사용됐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주치의는 “귀중한 명약 중 하나”라며 여왕의 생리통 완화제로 대마초를 처방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미국 등에서 대마초를 환각제로 삼아 지속적으로 흡연하는 중독자가 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 주한미군을 통해 대마초가 전파됐다. 1970년대 ‘대마초 사건’으로 톱가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새해부터 기호용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하면서 연일 가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대마초 흡연 합법화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4년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대마초 관련법에 대한 위헌법률 제청을 한 뒤 합법화 논쟁이 일었다. 헌법재판소는 “대마초를 피운 사람을 처벌하는 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현재 대마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합법화를 주장하는 측에선 대마초가 담배 니코틴보다 독성이 떨어지고, 다른 마약류와 달리 남을 공격하거나 자해 등 위험한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미국 6개 주와 네덜란드 등에서 대마초 흡연을 허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매들린 마이어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대마초를 많이 피워도 건강에 악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주목을 받기도 했다. 뉴질랜드 국민 10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유일한 대마초 흡연 피해는 치아건강 하나뿐이었다고 마이어 교수는 발표했다. 그는 “반면 담배는 장기간 흡연 땐 폐 기능이 떨어지고, 체내 염증도 빈번히 일어나는 등 대마초보다 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등 대마초 합법화 반대 측의 얘기는 다르다. 대마초에 함유된 60여 가지 유해물질이 강력한 환각작용과 중독을 일으키면서 담배보다 훨씬 몸에 해로운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대마초의 주성분은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이다. 이 성분이 체내에 다량 흡입되면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은 기분과 환청(幻聽), 환시(幻視) 등이 나타난다. 또 우울증과 정신 이상을 유발하며, 염색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게 반대 측 주장이다.

대마초와 담배 중 어느 것이 더 나쁜지를 따지기보다 중요한 건, 둘 다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일 것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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