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항을 강제 조항으로 강화땐 시장경제 근간 해치고
계획경제 논란·갈등 유발"
헌법 '경제장' 쟁점화 말고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해야
[ 서정환 기자 ]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사진)는 “헌법 경제장(經濟章) 119조2항은 개헌 때 가급적 손대지 말고 그대로 놔두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와 진보 간 소모적 논쟁으로 별 소득도 없으면서 개헌에 걸림돌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 교수는 지난해 2월부터 11개월간 개헌특위 경제·재정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자문위 개헌 초안에서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119조2항의 강화와 3항의 신설, 120조 토지공개념 조항 신설 등에 ‘반대’ 소수의견을 낸 위원이다. 자문위는 경제민주화 조항인 119조 2항에 ‘경제력 집중 방지’ 문구를 추가하고, ‘정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를 강행 규정인 ‘~하여야 한다’로 변경하는 안을 마련했다. 3항에는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징벌적, 집단적 사법구제 수단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차 교수는 2항을 강제 조항으로 변경하려는 것과 관련,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은 정부가 여러 여건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며 “이를 의무로 규정할 경우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고 계획경제라는 의혹을 야기해 불필요한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3항 신설에도 “집단적 사법구제 수단 도입 여부나 적용 범위 문제는 헌법사항이 아니라 법률사항”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차 교수는 “헌법상 우리 경제는 자유 시장경제도, 사회주의 경제도 아닌 사회적 시장경제”라며 “119조 1항과 2항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 방임적인 경제 질서가 독과점의 폐해를 낳았으며 이 같은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국가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수와 진보 양극단에서 서로 대립하는 주장을 하는 가운데 119조는 일종의 타협안이며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번 자문위 구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자문위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고 시민단체나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는 공청회를 통해 수렴하는 게 맞다”며 “경제분과만 봐도 전문가 비율이 매우 낮고 시민단체 추천으로 된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제분과 6명 자문위원 가운데 4명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시민단체 추천 인사들조차 편향성을 많이 갖고 있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임에도 헌법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해관계를 무조건 관철하려는 무리한 주장을 하다 보니 개헌 논의 과정에 걸림돌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된 결정적 계기는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고 통제 가능하도록 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보수와 진보 내지는 균형 논리에 따른 대립이 극심한 경제장을 쟁점화해서 개헌 논의를 가로막는 건 자문위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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