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일까.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에서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강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금융당국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지진 전용보험 출시를 추진했다. 지진으로 주택 및 자동차 파손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주민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해서다. 지진은 천재지변으로, 보험 약관상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 중 화재보험에 지진 특약을 추가하거나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하는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면 지진 피해를 일부 보상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지진 특약 가입률은 지난해 말 기준 0.06%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 지진을 비롯해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 피해를 보상하는 풍수해보험 전체 규모도 200억원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가입자 수가 적다. 정부가 지진 전용보험 출시를 추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진 전용보험 출시는 논의 두 달 만에 백지화됐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존 풍수해보험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풍수해지진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한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유가 뭘까. 수익성을 우려한 손보업계가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금융당국이 보험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진 전용보험 도입을 논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은 정부가 일본지진재보험회사를 설립해 민간 보험사의 리스크를 분담하고 있다. 민간 보험사에 지진 전용상품 출시를 떠넘기기보다 정부가 앞장서 ‘정책성 보험’을 내놓는 등 지진을 공적 보험으로 끌어들이려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매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진 전용보험 도입을 무작정 미루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다.
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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