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랑스 '퀴리 거리'처럼 한국서도 '이휘소 거리' 보고 싶다

입력 2018-01-05 17:48   수정 2018-01-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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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한민국 과학기술 유공자’ 32명을 확정했다. 2016년 12월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첫 유공자 선정이다. 육종학자 고(故) 우장춘 농업과학연구소 초대 소장, 이론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 등 현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이다. ‘반도체 신화’와 ‘조선 강국’에 기여한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과학기술 보국(報國)’ 열정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여도에 비해 사회적 예우와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학기술자들의 자존감은 바닥 수준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작년 과학기술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회가 의료인 및 법조인에 비해 과학기술인을 더 존중하고 예우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8.4%에 그쳤다. ‘사회가 과학기술인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15.2%만 ‘그렇다’고 답했다.

과학 강국인 유럽 국가들은 과학자들을 예우하는 전통이 뿌리 깊다. 프랑스는 과학한림원 회원을 정치인과 고위 관료보다 상석에 앉힌다. 스웨덴에선 원로 과학자가 입장하면 왕실 가족들이 기립한다. 독일은 대통령이 매년 12월 우수 과학자를 시상하고, 공영TV가 이를 방송한다. 각국은 ‘마리 퀴리 거리’(프랑스 파리)와 ‘코페르니쿠스 거리’(폴란드 바르샤바) 등 주요 도시 거리에 과학자 이름을 붙이고 있다. ‘과학 굴기’를 주창하는 중국은 ‘원사(院士)’로 선정된 과학자에게 차관급 예우를 한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연초 원로 과학자들을 문안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는다. 국가가 앞장서 ‘과학 입국(立國)’을 선도하는 사례들이다.

과학기술자를 대접하는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한다. 정부는 유공자 선정을 계기로, 과학기술자들이 존경받는 풍토를 조성하고, 또 이들이 연구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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