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화 지지" 11시간 만에… 북한 '9일 회담' 남한제안 그대로 수용

입력 2018-01-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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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판문점서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일정·장소 놓고 기싸움 없이 우리측 제안 수용한 건 이례적
남북, 6일도 연락채널 정상 가동

청와대 "평창 참가 문제 마무리 되면 남북관계 개선 논의도 있을 것"
문재인 대통령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 안해"



[ 김채연 기자 ] 북한이 5일 우리 정부의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을 수락하면서 지난 2년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논의를 넘어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문제 같은 민감한 현안까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은 주말인 6일에도 판문점 연락 채널을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

◆북한, 우리 측 제안 그대로 수용

이날 북한이 9일에 만나자는 우리 측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의 남북 회담 전례를 보면 남북은 거의 예외없이 회담 장소, 일정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고위급 회담 제안(2일)→북한 판문점 채널 정상화(3일)→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4일)→북한 회담 수락(5일)까지 양측의 주고받기가 일사천리로 전개되면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양상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수정 없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북한도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 간 협의를 신속히 해나가도록 지시해 거기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미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북한이 남북 대화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 회담에선 평창올림픽 참가 같은 비정치적 주제를 주로 얘기하고 제재 완화나 군사훈련 축소 등 민감한 현안은 북·미 대화에서 다루려 한다는 얘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 측을 움직여 미국을 길들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며 “한·미 양국이 어제 평창올림픽 동안 한·미 연합훈련 연기 조치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대화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였다가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북한도 우리 측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성급한 기대는 금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 측 제안을 전격 수용한 데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북 정책 추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간부 초청 오찬 자리에서 “아직 성급한 판단이나 기대는 금물이지만 가능하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지원할 뿐 아니라,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이것이 잘되면 북·미 간 대화 여건까지 조성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대화를 추진하고 평화도 추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9일 시작되는 남북 대화에서 북한이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거나 남북 대화의 장을 도발 명분 쌓기로 악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과거처럼 대화에만 얽매여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해도 좋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 의제에 대해 “어떻게 진행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올림픽 참가문제가 마무리되면 남북 관계 개선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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